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프랑스 12월의 식탁

나의 식탁/매일밥상

by meru 2022. 1. 26. 01:05

본문

어느덧 1월 말.

 

겨울을 맞이했을 때는 상쾌하고 찬 공기가 참 좋다고 느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것을 감사하는 마음은 사그라든다.

남서부 지방이라고 해도 겨울은 꽤나 춥고도 길다.

 

여름 나라에 살 때는 겨울이 오는구나 싶으면 아쉽게 갔는데.

이제는.. 언제 가나 이놈의 겨울....

 

사진도 별로 없지만 이 겨울이 다 가지 전에 12월 밥상이나 올려야지.

 

간단히 김밥. 당근, 맛살, 당근, 시금치만 넣고 김밥을 말았다.

이집트 살 때 단무지 구하기가 어려워서 단무지 없이 김밥을 싸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단무지 없는 김밥이 이제 너무 익숙하다. 

 

주말에 먹고 남은 삼겹살이 많아서 배추찜도 하고 제육볶음도 만들었다.

기름기 듬쁙... 좀 느끼했다 ㅋㅋㅋㅋㅋ

 

일주일에 두 번 집에서 밥 먹는 아이들을 위한 햄버거.

어른들용 버거에는 고기 , 치즈, 카라멜라이징 한 양파, 볶은 양송이, 토마토, 상추 등을 넣는데

아이들용은 케첩에 고기, 슬라이스 한 토마토, 슬라이스 치즈만 넣는다.

다른 거 넣어주면 별로 안 좋아함.

 

갈레뜨 브로통(Galette).

아이들은 버거 주고...

나는 전날 먹고 남은 갈레뜨 반죽 익혀서 조금 남아있던 염소치즈, 햄, 토마토 얹어 먹었다.

 

클래식으로 만들면 주로 햄, 에멘탈(Emental) 치즈에 계란이나 양송이버섯 얹어서 만들고,

브르타뉴에서는 브르타뉴식 소시지를 구워서 넣어 먹기도 한다.

 

구운 돼지 족발(정강이)과 감자 퓌레, 샐러드.

 

오랜만에 시장 갔다가 돼지족발 구운 게 맛있어 보여서 사 왔는데 엄청 크네.

집에 남아있던 감자 퓌레에 간단히 샐러드 곁들이고.

족발의 겉이 바삭하게 익은 게 맛도 괜찮았다.

 

오징어 덮밥.

짬뽕 해 먹고 남은 냉동 오징어가 있어서 간단히 오징어 덮밥.

생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냉동을 사 봤는데 역시 맛은 생물만 못하군.

 

버터 치킨 (Butter Chicken).

닭가슴살이 한 팩 있어서 간단하게 만든 버터 치킨.

아이들도 같이 먹으려고 안 맵게 만들었더니 조금 덜 맛있네.

 

홍합 크림 스튜.

마트 갔다가 브르타뉴 산 물 드 부쇼(Moule de Boucho)가 신선해서 공수해왔다.

아이들이 다른 홍합은 잘 안 먹는데 이 홍합만 잘 먹는다.

좀 잘지만 큰 홍합보다 맛이 훨씬 깔끔.

 

남은 소스에 파스타 말아서 치즈 뿌려 마무리.

 

홍합이 모자라서 늦게 온 남편은 냉동 냉동 조개로 만든 봉골레(Bongole) 파스타.

일이 너무 많은 남편... 언제쯤 밥은 한 번만 차릴 수 있는 거냐 진짜 ㅋㅋㅋ

 

홈메이드 초밥연어 크림치즈 롤.

큰 딸 친구랑 그 동생이 집에 와서 자고 가는 날... 큰 딸이 초밥을 주문했다.

귀찮아서 좀 망설였지만 결국 만들어 1차로 아이들 먹이고

아이들 노는 동안 남편이랑 나도 만들어 먹고.

 

오랜만에 소고기 타르타르(Tartare).

타르타르 만 만들려고 했는데 타르타르에는 감자튀김이라며 옆에서 남편이가 또...ㅎㅎㅎ

어쩔 수 없이 해줬다... 귀찮았지만.

 

내 거는 센 불에 겉만 살짝 빠르게 익혀준다.

난 이렇게 먹는 게 더 맛있다.

 

감자 대파 수프.

정말 집에 먹을 거 없는 겨울날... 요 수프 한 그릇이면 속이 따뜻하고 든든해서 좋다.

아이들은 요 식감을 싫어해서 다른 수프들처럼 갈아서 주고 우리는 이렇게 덩어리가 있는 채로.

 

생크림 조금 넣고 치즈 좀 넣고 한 그릇... 아니 두 그릇 뚝딱.

 

크레송(Cresson) 수프.

물냉이 향을 좋아해서 물냉이 나올 때면 사다가 자주 수프를 끓여먹곤 한다.

 

 

부당누아흐(Boudin Noire)구운 사과.

물냉이 수프를 전식으로 먹고 본식으로 먹었다.

 

한국의 피순대와 비슷한 프랑스의 부당누아흐.

그런데 여기 부당누아흐는 맛이  없네..

너무 짜고 돼지머리를 넣었는지 물컹한 식감도 별로.

 

아이들도 싫다고 안 먹고 팬에 버터에 구운 사과는 잔뜩 먹었다ㅋㅋㅋ

노르망디에서 사 먹던 게 맛있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식용색소를 주문해 놨는데... 

아니나 다를까 큰 딸은 12월이 되자마자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들자고 졸라댔다. 

큰 딸 친구들 초대한 어느 날 또 이렇게 판을 벌여주니 애들이 너무 좋아하고 열심히 만든다.

먹기도 참 많이 먹었다.

 

4세 둘은 만드는 족족 먹기 바쁘고.. 7세 둘은 경쟁하 듯 많은 양을 계속 만들고.

준비하는 게 좀 귀찮긴 해도 애들 넘 좋아해서 뿌듯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물씬 나고.

 

 

뷔슈 드 노엘(Buche de Noel), 크리스마스에 전통적으로 먹는 장작 모양의 케이크.

웬만하면 사 먹으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집에서 만들고 싶다고 너무 졸라서 만들었다.

 

엄마가 마법사인줄 줄 아는 우리 아이들.

나..요술지팡이 없다 얘들아..이거 다 내 노동이다...

 

 

메인 메뉴는 소고기 안심에 푸아그라 얹고(Foie gras),

모히이(Morille) 버섯 크림소스감자 퓌레와 브로콜리 곁들여서.

나는 초밥을 시켜 먹을라고 했는데 남편이 이게 먹고 싶다고 ㅋㅋㅋ

 

시댁과는 크리스마스를 꼭 날짜에 맞춰서 보내지 않기 때문에 우리 넷이서 오붓하게 보냈다. 

이젠 아이들도 많이 커서 넷이서 아페로도 같이 하고 시끌벅적 재미있다.

 

비주얼은 이래도 맛있었다.

비주얼 따위 신경 쓸 여유가 없음.

 

디저트엔 샴페인이지.

프랑스 오니 샴페인 흔해서 넘 좋다 ㅋㅋㅋㅋ

 

 

반반 피자볼로네제(Bolognese) 소스 스파게티.

몇 년 동안 큰 딸램의 최애 피자가 마르게리타(Margherita)였는데

요즘은 네 가지 치즈를 넣은 피자를 제일 좋아한다.

 

크렘후레쉬(Creme Fraiche) 좀 바르고 치즈 올려 구워주면 끝.

난 주로 모짜렐라(Mozzarella), 에멘탈(Emental)이나 보흐포흐(Beaufort), 염소치즈를 넣는다.

피자리아에서는 블루치즈 계열의 록포흐(Roquefort)넣는데 아이들은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패스.

 

집에선 보통 있은 재료 활용해서 만드는데 암시롱...

햄도 있음 좀 넣어주고..어떻게 만드어도 대부분 맛이 좋다.

 

 

남은 볼로네제 소스도 처리해야 해서 스파게티도 한 접시 만들었다. 

레스토랑 부럽지 않네.

 

하클레뜨(Raclette)

스키타러 가서 산에서 먹은 하클레뜨. 

1주일 동안 퐁듀(Fondue), 몽도르(Mont d'Or)... 또 다른 치즈들은 엄청 먹어댔는데 사진은 없다. 

 

애들 스키 수업 보내느라 정신없고...그 와중에 밥은 또 매일 집에서 먹으니 더 정신 없고 

매일 술도 마셔서 더 더 정신없었지만 너무 좋았다.

 

이 낭만적이지만 너무나 답답한 프랑스에서... 이 길고 삭막한 코로나 시대에

짧으나마 여행은 진리인 듯.

 

이 나라에 돌아와서 살짝 우울증에 걸릴 뻔했는데 좀 힐링을 하고 돌아옴.

그렇게 마음과 머리를 좀 비우고 돌아오니 또 풀리는 일들도 한 두 가지 생기는 것 같고..

2022... 잘해보자... 2021년 후반기 같음 너무 싫을 거야...

 

 

----------------

 

늦었지만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한 2022년 보내시길 바랍니다.

반응형

'나의 식탁 > 매일밥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 2월 식탁  (4) 2022.03.17
프랑스 1월 식탁  (2) 2022.02.10
프랑스 11월의 식탁  (0) 2021.12.23
프랑스 집밥_10월의 식탁풍경  (10) 2021.11.10
프랑스 9월의 식탁  (1) 2021.10.04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