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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여행_달빛 아래 우리집, 캠핑 캠핑!!

Travel/그리스

by meru 2010. 5. 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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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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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8-09

깜깜한 밤속에 묻혀 있으니 말똥말똥하던 눈이 감기고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고 있었다.
아..옛날 사람들은 잠을 참 일찍 잤겠구나.

바람이 분다.
자꾸만 그 소리에 잠이 깬다.
정신이 맑아지면 하얗게 밤을 지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눈을 감는다.

다시 바람이 불고, 잠이 깨고..잠이 든다.

캠핑에 대한 공포는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천에 화장실이 널려 있었고 (이 점은 조금 힘들었으나...),
하루쯤 세수를 안하고 잔다고 나무랄 사람도 없다.(이는 생수로 닦았다--;;;;)

무엇보다 공포스러울 것 같았던 까만 밤은 달빛 아래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꼭두 새벽부터 울어대는 앎닭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쓸쓸함도 없는 캠핑의 밤,
그저 바람만 불어댄다.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캠핑을 시행하기로 강단지게 맘 먹은 날이예요.
캠핑장에 텐트치고 잠을 자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캠핑은...

저의 개인 자문인 J님에 따르면..에..그러니께..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드라구요.

일단 바람이 적게 부는 날이어야 하구, 바람을 방향을 고려해서 장소를 잡는 것이 좋구요.
해변 양 옆이 언덕이나 산으로 막혀 있으면 바람막이로 좋답니다.
글구 땅도 좀 탄탄해야 텐트를 치기가 편하구요..(이건 저도 알고 있었던 듯^^ㅋㅋㅋ)

그리고 이건 개인의 취향에 따른 거지만...절대 캠핑장에서는 캠핑을 안 하시겠답니다--;;
뭐 이런......(저는 캠핑은 무조건 캠핑장에서 하는 건인줄 ㅋㅋ)

그리하여 사흘 넘게 기회만 엿보고 장소를 물색한 끝에 치누사(Schinoussa)라는 아주 작은 섬으로 당첨!!
뱃시간이 3시로 어정쩡했던 덕에 늦잠까지 늘어지게 주무시고 슬슬 준비해 주심.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저녁에 먹을 샌드위치와 과일을 준비하고 짐을 쌌어요.
체크아웃을 하고 그제 저녁에 갔던 마로스라는 식당으로 발걸음을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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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시킨 낙소스 샐러드.
그릭샐러드랑 거의 비슷한데 치즈를 좀 더 부드러운 낙소스치즈를 넣었구요,
마른 고추가 약간 들어가서 올리브오일과 섞여 약간 매운맛을 내 주네요.
재료 완전 신선하고 너무 너무 맛있었어요~ 이제까지 먹어본 그릭샐러드 중 최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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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시킨 쌀로 속을 채운 토마토 구이 (Stuffed Tomato with rice)인데, 쌀로 속을 채운 피망구이와 함께 나왔어요. 양이 완전...머슴밥 수준--;;;

전혀 엘레강스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푸근한 집밥같은 느낌도 좋아요.
밥이 먹고 싶었던 저에겐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매뉴^^

맛도 괜찮았고, 밥이 촉촉하니 소화도 꾀 잘되구요...
토마토 소스니까 아주 문안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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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제가 실수로 시킨 쌀로 속을 채운 양배추 (Stuffed cabage with rice)...--;;;
밥을 고기와 민트로 볶아서 양배추 속에 넣고 쪘거나..조린 듯 해요.
레몬소스랑 같이 나왔는데, 상당히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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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느긋하게 먹고도 시간이 널널.
산책 좀 하다가 일찌감치 부둣가에 나와서 배를 기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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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누사에 도착!
시누사는 인구가 200명 남짓한 작은 섬이구..면적도 그다지 넓지 않답니다.
걸어서 한-두시간이면 섬 끝까지 갈 수 있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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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리자마자 괜찮은 게스트하우스가 보이고,
이 집 개는 우리를 환영하는 것인지 쫓아버리려는 것인지 마구 짖어대네요 --;;
어쨋든 우리의 목적은 캠핑이었으므로...게스트하우스는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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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건물에 창문이나 대문을 파란색으로 칠한 전형적인 그리스풍의 집들이 많이 보이구,
동네는 무척 작은데 참 깔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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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작아서 어디로 눈을 돌려도 바다를 볼 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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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을 사이에 두고 밭들이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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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를 먹는 닭들...평화로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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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두 시간을 넘게 왔기 때문에 이미 시간은 6시 즈음.
슬슬 해도 바다로 잠수할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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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뒤로 가려진 해가 바다위를 비추며 아름다운 몽롱한 빛깔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원래 우리가 텐트를 치려고 했던 해변은 알리가리아(Aligaria)라는 조그만 해변이었지만, 막상 그곳에 가보니 왠 리조트인지 호텔인지가 들어서는지 공사가 한창인 듯 했고, 마치 그리스식 만리장성처럼 보이는 Ugly하기 짝이 없는 담장들이 가로막고 있었어요.

그곳에 들어가자, 굉장히 말쑥하게...부르주아처럼 보이는 아저씨 (나보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이곳은 사유지지며, 우리가 찾는 그 해변따윈 모르니 얼른 꺼져달라더군요--;; 사실 꺼져 달라고 안했고, 상당히 친절한 체 했지만..내 귀에는 다 그말이 그 말처럼 들릴 뿐...!!!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지도를 봐도 이 해변이 바로 그 해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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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멀지않은 라바디(Livadi)라는 해변으로 캠핑장소를 바꿔야 했어요.
리바디는 물도 깨끗하고 모래사장도 꾀 넓은 괜찮은 해변이었지만, 왠 비닐 봉다리들과 패트병이 그리고 많이 굴러다니는지....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날은 저물고 있었고..
우린 무거운 배낭에 상당히 지쳐 있었기 때문에 그냥 이곳에 머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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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매트레스에 베개까지 갖춘 우리집~!
딱 둘이 누울만한 우리의 보금자리가 약 15분간의 바람과의 실랑이 끝에 완성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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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바람을 막아줄만한 지형이었고, 해지는 모습이 멋졌기 떄문에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병은 무겁고 깨질 염려가 있으므로) 패트병에 조심히 담아온 와인을 나눠 마시니 기분이 다시 업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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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배가 고프지 않아 가지고 온 샌드위치를 각각 반절씩만 먹고, 혹시라도 나중에 배가 고플까봐 넣어 두었지만...다시 배가 고파질 사이도 없이 해는 저물었으므로 우린 우리의 보금자리로 쑥- 들어가 잠을 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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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닭이 두어시간도 더 울고 나서야 잠을 깼어요.
그러고도 한참을 텐트속에서 침낭을 뒤집어 쓴채 뒹글뒹글~
그러다 텐트를 열고 침낭을 뒤집어 쓴 채로 앉아 아침 바다를 바라봤어요.

캠핑도 참 할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텐트 안은 깨끗하고, 따뜻한 침낭 솎에 있으면 너무 포근해서 밖으로 나오고 싶지가 않으니 말이예요.
ㅋㅋㅋ

아침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텐트를 정리하고 짐을 싸서 마을로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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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봐도 너무 아기자기한 집 들.
집집마다 화분이나 나무들이 꼭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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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교회도 패인트 칠을 한지 얼마 안 된 듯 깨긋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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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산토리니로 가는 배를 타야 했기 때문에 고작 하룻밤을 지내고 시누사를 떠나야해서 아쉬웠지만,
무사히 첫 캠핑을 마쳤다는 것 만으로도 아주 뿌듯^^
 
여섯번째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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