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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보내는 편지 3 _ 낯선 이와 친구하기!

Travel/프랑스

by meru 2009. 2. 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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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센트라 빌 (Centra Ville)"로 향했다. 프랑스에는 어느 도시든지 꼭 센트라 빌이 있는데, 오래된 전통 가옥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주거 지역이다. 막세이의 센트라 빌은 "노틀 담 드 라 가드" 뒷 편에 있다. 센트라 빌을 찾으면서 이 곳 저 곳 사진을 찍고대고 있었다. 한 블럭만 가면 있는 빵 집들을 보며 "역시 프랑스 빵이 괜히 유명한게 아니었군..." 이런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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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불헌 듯 내게 말을 거는 로디 (Rody) 군. 내가 프랑스어를 잘 못 한다고 하자, 영어를 섞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자기도 수동 카메라로 사진을 2 년 정도 찍었다면서..태어나서부터 이 동네에 살아서 이 곳 지리에 훤하다고 했다. 로디군은 영어를 잘 하지 못했고, 내 프랑스어가 짧은 관계로 대화는 무척 더디고 힘이 부쳤다. 이럴 때 보면 난 정말이지 오지랍이 넓다. 막세이 사람들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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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믈 두 살의 로디군은 현재 학교에 안 가기 때문에 시간이 많았고, 낯선 여행자에게 길을 안내해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물론 이럴 경우 경계해야 하는 게 상식이겠지만, 그는 선량하고 악의가 없어 보였다. 이웃이라며 길 가던 아주머니와 인사도 나누는 걸 보니 더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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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안내해 주는 로디를 따라 노틀 담 뒷 편으로 갔다. 여전히 몇 몇 가구가 살고 있는 절벽은 아찔해 보였다.10여 년 전, 로디가 어렸을 때는 이 곳이 그냥 허허 벌판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이 곳을 혼자 다니지 않는 편이 좋다고 강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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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한 켠에 축구장이 있었고,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물론 이런 축구장과 딱히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막세이에는 프랑스 내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올림픽 (드) 막세이"라는 축구 팀이 있고, 그래서인지 막세이 사람들도 축구에 꾀나 열광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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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문 앞에 보기좋게 걸려있는 축구화들이 인상적이었다. 날씨가 좋을 때면 가끔 아마추어 국제 팀들의 경기를 보러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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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쪽 공원에서는 할버지들이 페텅트 (쇠로 된 공을 가지고 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도 전에 친구들과 한 번 해 봤는데, 심심풀이 땅콩으로 재격이다. 이곳에서는 낮에 패텅트를 하는 노인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오지는 내가 부탁하기도 전에 할아버지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며 양해를 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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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 볼 때마다 노틀 담 드 라 가드가 보인다. 어디서, 어느 각도로 봐도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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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색깔이 있는 집들과 창문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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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일 것 같지 않는 골목의 계단들. 오지의 아버지와 매부는 이 지역의 우체부인데, 한 우체부가 두 곳 정도의 이런 골목길을 맡는다고 한다. 여름에 이 곳에 편지를 배달하려면 무지 더울 것 같다. 이런 막세이 사람들의 삶이 피부로 와닿자, 나의 여행이 더욱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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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는 그가 여름에 주로 간다는 해변가의 해 지는 풍경이 아름답다면서 그리로 가는 지름길을 안내했다. 얼마 가다보니 어느새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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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도중에 대화가 힘들 때면 그는 연습장을 꺼내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했다. 그의 연습장엔 만화 그림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사르코지나 부시 같은 정치인들을 페러디 한 그림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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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F Kennedy (제이 에프 케네디)라는 도로가 해안도로가 나왔다. 영화 택시 (Taxi) 의 한 장면을 이 도로에서 찍었다고 한다. 로디가 아니었다면 몰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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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로를 따라 백만장자들이 산다는 빌라들이 쭉 들어서 있었다. 로디 말로는 정말 어마어마한 부자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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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딱 봐도 집들이 굉장히 크로 화려한 데다가 집 앞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더라. 이런 빌라들은 19세기에 부르조아 가문들이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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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추운 바람 속에서도 눈 앞에 펼쳐진 놓칠 수 없어 맨 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아...로디는 이 풍경을 나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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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것을 보고 우린 버스를 잡아타고 다시 동네로 왔다. 로디가 아니었다면 나는 버스 따윈 탈 줄도 몰라 그냥 한 없이 추운 바람속을 걸어 집으로 와야 했겠지만, 덕분에 버스를 타고 편하게 돌아왔다. 로디와 내가 머무는 동네가 가까워서 근처 바에서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이메일을 교환하고 헤어졌다.

난 정말이지 막세이와 막세이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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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9 - [발자국] - 프랑스에서 보내는 편지1_비 내리는 막세이(Marse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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