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 막세이 여행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깔랑크 (Calanque)"를 보러 간다.
깔랑크는 해안절벽 안쪽으로 파인 해안지형을 말하는 데, 막세이 주변 해역에서 유명하다. 깔랑크도 여러 개가 있고, 그 중에서도 또 더 사랑받는 곳들이 있다고 한다. 외지에서 여행을 온 사람들은 유람선을 타고 구경을 하기도 하는데, 한 겨울에는 유람선 운항을 하지 않는다. 평소 가벼운 등산을 하기에도 좋고, 암벽을 타거나 스킨스쿠버도 할 수 있다.
아침 식사
프랑스의 오리지널 크르와상을 먹어 보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흠~ 그 동안 아침마다 나가기 귀찮고 해서 그냥 집에 있는 씨리얼이나 식빵에 잼 정도로 때우다가, 주말이고 해서 오늘은 갓 구워낸 크르와상을 사왔다. 오-예.
크르와상은 보통 그 날 사서 그 날 먹어야 하기에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짜자잔-! 이것이 바로 원조!^^ 겉이 바싹하게 잘 구워져서 그런지 때깔부터 좀 달랐는데, 감탄할만한 수준의 맛은 아니었다. 아무리 원조라고 해도, 또 잘 하는 집에 가서 사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원조의 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 격 되는 빵집은 다음에 찾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이걸로 만족.
슬슬 가볼까 나는 나 하나라도 덜 사서 공해를 줄이자는 그럴사한(?) 개똥철학으로, 서른이 먹도록 운전면허를 따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차가 있으니 이동이 참 편하긴 편하다. 작년 여름 한국 여행 갔을 때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워쨋거나 "깔랑크"로 거우거우GoGo!
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니 깔랑크로 갈 수 있는 길목이 나왔다. 길목에 아무 이정표도 없어서, 정말 현지인이 아니면 찾기 힘들 것 같다. (버스로도 쉽게 갈 수 있는 칼랑크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막세이에서 약 40분 소요)
이 곳이 깔랑크까지 가기위해 등반을 시작하는 입구다. 험할까봐 은근 걱정했는데, 별 거 아니었다. 길도 잘 다듬어져 있었고, 오르막 내리막도 별로 없다.
한 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이 이정표다.
돌 위에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길을 표시해 놨는데 (그래서 눈에 잘 띄지눈 않지만), 참 자연친화적인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 알아보기는 약간 해깔리지만,
자연을 대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가다 보면 작은 돌맹이들 위에 점점 표시가 되어 있어서 다라가면 된다.
1시간 조금 넘게 걸어서...드.디.어...도착.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사실 말이 필요 없었다. 정말 아름답다.
비가 안 내린 게 참 다행이지만, 날씨가 좋았더라면 나는 이 물 속으로 뛰쳐들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런 빛갈이 날 수 있을까. 이쯤에서 거의 정신 줄을 놓아버린 듯 하다. 멍 하니 한 참을 그냥 거기에 서 있었다.
캐시스 (Cassis)
집으로 오는 길에 카시스라는 마을(?)에 들렀다. 역시나 바다를 끼고 있고, 휴양지이자와 부자동네로 잘 알려진 곳이다. 딱 봐도 너무 청결한 거리와, 부르주아틱한 건물들이 이 곳이 부촌임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몇 개 안 되는 옷 가게나, 블랑제리 (빵집)들도 막세이에서 보던 것 보다는 쫌 럭셔리한 편이다. 프랑스에는 이렇게 한적하고 쪼꼬만 부자동네들이 많은 모양이다. 뭐, 평범한 수준의 동네들도 많다.
막세이에서는 비누가 유명하다는 것도 오기 전까지 몰랐느데, 유명하다. 그래서 비누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들이 가끔씩 보인다. 이 집도 주로 비누를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그닥 착하지는 않았지만 예쁜 비누들과 목용 용품들이 많았다. 난 딱 비누만 두 개 샀다. 젤 저렴한걸로ㅎㅎㅎ
캐시스가 아무리 부자동네라도 삐까뻔쩍한 건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이런 낡은 건물들도 보인다. 아마도 예전에 빵집이랑 케잌집이었던 모양이다.
Boulangerie (블랑제리)는 빵 전문점을 말하고, Patisserie (파티쉐리)는 케잌 전문점이다. 김삼순을 보신 분이라면, 아니 왠만한 젊은 사람들은 케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을 "파티쉐"라고 한 다는 것 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래된 캐슬과 금방 비를 뿜어 낼 것 가튼 구름이 드라큐라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괜찮아 보이는 빵집에 들러 마카롱 몇 개와 디저트를 사고, 바다가 보이는 바에서 맥주로 목을 축이고는 집으로 고고!
한식 + 프랑스식, 홈메이드 저녁식사
일단 핑크 샴페인하고 올리브로 일단 식전 주를 한 잔씩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 전에 입맛을 돋구기 위해 술을 한 두 잔씩 하면서 간단한 음식을 곁들이기고 하는데, 이를 아페로티보 (Aperotivo) 라고 한다.
아페로티보를 하면서, 이것 저것 이야기도 나누면서, 또 한편으로는 한국 요리를 만들었다. 원래 밥을 한 번 차렸다 하면 두 세가지는 꼭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막세이에서는 재료를 어디서 구하는지 모르기 땜에 그냥 가지고 온 고추장과 마트에서 사 온 삼겹살을 가지고 "삼겹살 제육 볶음"을 시도했다. 초간단 재료로 대충 만들었는데, 의외로 상당히 맛있었다.
싸가지고 온 쏘주랑 상추도 씻어서 놓고 대충 상을 차려 보니, 되게 엉성하고 엉망이였지만, 맛은 쥑였다는 후문..ㅋㅋ 내가 해서가 아니고...ㅎㅎ
즐거운 후식시간~
아까 카시스에서 발견한 빵집에서 사 온 디저트를 펼치기 시작. 두그두그둥둥~ 개.봉.박.두.
청소년기에, 한 참...키도 안 크면서 식욕만 왕성하던 그 시절에는 초코렛이며 과자, 케잌 등 단 것들을 엄청 잘 먹다가 나이가 들면서 부터는 서서히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이제 다이어트 한다고 그렇게 깝치지 않아도, 잘 뚱뚱해지지 않고, 먹을 것에 그닥 연연해 하지 않는 다은 것을 서서히 깨닳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에 오고부터는 시각적 효가 때문인지, 디저트가 급 땡기기 시작. 휴가라고 퍼진 마음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 있다는 호기심도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너무 이뻐서 먹어야만 할 것 같은 강한 유혹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자~ 그럼 한 입 드셔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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