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울 작은 언니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왕 팬이었다. 고로 언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꼬마였던 나도 어느날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게 됐고, 그 나이에 읽기는 나름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책 중의 하나가 됐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바로 그 소설의 배경이 된 "샤토 디프 (Chateau d'if)"가 있는, 이프 성에 도착했다. 워낙 뱅기표나 기차표, 잘 곳 외에는 여행을 그닥 준비하지 않는 편이라 몰랐다가, 막세이에 오고 나서야 이 섬이 이 곳에 있다는 걸 알고는 신났었다. 나혼자만 보게 돼서 안타깝지만...더 설레었던 이유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고 잠 못 이루던 언니와의 추억이 떠올랐서였다.
배에서 내려 입장료 5 유로 (한화 약 8-9천원)을 내고 들어가면,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설명서를 주는데, 불행이도 아시아 언어 중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는 있는데 한국어는 없다.
이프 섬은 정말 작다. 고작 성 하나와 다른 건물 두어 개 정도, 그리고 등대가 하나 있을 뿐이다.
성 안으로 들어가면 가이드가 사람들을 뜰에 모아 놓고, 성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을 해 준다. 단, 불어로만 하기 때문에 불어를 못 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것...그래서 나는 설명서만 들고 혼자 구경했다.
그래도 역시나 입장료를 내는 곳과 안 내는 곳의 차이는 이런 거구나 싶다. 친절하게 가이드가 설명까지 해주고, 여러 언어로 된 설명서도 나누어 주고. 중국은 어딜가나 자잘한 것까지 걍 죄~~~다 입장료를 받아 먹으면서도, 이런 친절한 가이드 따윈 없다. 그냥 돈 받는 사람만 있을 뿐이지...ㅋㅋㅋ
감옥 안을 구경하면서..여기 갇혀 있었을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상상했다. 덥수룩한 수염과 긴 머리,누더기 같은 죄수복과 때가 낀 얼굴을....소설임을 알면서도 자꾸만 복수에 불타오르는 그의 눈빛이 생생이 떠오르는 건..뭥미..?^^;;;
성의 꼭대기에서 섬 전체를 내려다 보았다. 그 뒤로 막세이 시가 보인다.
성벽 옆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짙푸른 바다, 그리고 하얀 조각배가 내 눈엔 완벽한 조화로 보였다.
마치 쓸쓸하게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는 듯한 갈매기.
그리고 우리의 삶처럼, 넓은 바다 위에 홀로 떠다니는 조각배.
성벽과 파란 하늘이 묘하게 어울렸다.
두 시간 남짓 몬테크리스토 백작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푸리울 섬으로 갈 시간이다.
몬테크리스토여...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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