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하기에는 좀 보잘 것 없는 요즘 혼자먹는 밥상--;;;
혼자 먹는 밥이 다 그렇긴 하지만, 요즘은 특히나 더 보잘 것 없다.
입맛 자체가 완전 변해서 그런 것도 있고ㅎㅎㅎ
밥상 이야기 하려니까, 사생활 공개를 또 안 할 수가 없네.
왜 밥상이 이 모양이냐...면....
에..그러니까..에...내 뱃속에...
조막만한 외계인같이 생긴 머리큰 생명체가 자라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사랑스럽지 않게 남 이야기하듯 하는 건...
넘 쑥스러워서^^;;;...그러는거니 이해해 주시길ㅎㅎㅎ
레스토랑에서 일한다고 하면,
그것도 가스트로노미(Gastronomique),
미슐렝(Michelin) 스타도 하나 달린 레스토랑에서 일한다고 하면,
거기서 일 하면서 엄청 밥을 잘 먹는 줄 생각들 하는데...
천만의 말씀......헐헐--;;;;
전에 일하는데서도 가끔 시간 없을 때 인스턴트 음식 주는 날,
차라리 밥을 굶고 일하던 나인데...여기는 더 심해ㅎㅎㅎ
여기에 비함 옛날 일터는 진짜 황제밥상이었음--;;;
그래도 하루종일 움직이는 일이라 배 고프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에너지 보총 차원에서 삼키듯 꾸역꾸역 먹는 날도 많았다.
그리고 집에오면 배 고픈데...넘 피곤해서 그냥 자거나..
맥주 한 잔 하고 자거나.
근데 이 7cm도 안되는 조막만도 아닌 콩알만한 것이 자라고 있는데,
무슨 에너지가 그리도 많이 필요한건지.
시도때도 없이 배가 고파 미치겠다.
글고 얘가 아주 토종으로 나올려는지 입맛도 완전 변했고ㅎㅎㅎ
프랑스 음식 정말 잘 먹던 나인데...한식밖에 안 들어가--;;;
일터에서 9월 한달 동안 하루도 밥을 제대로 먹는 적이 없다.
버터랑 크림만 봐도 속이 울렁울렁~
밥을 거의 못 먹고 일하는 건 둘째치고,
시도때도 없이 음식 맛을 봐야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 시기에 틈틈히 집에와서 울며 겨자먹기로...
낮잠과 밤잠시간까지 쪼개서 만들어 먹어야했던 음식들...
아..생각하니 눈물나려고 해..ㅠㅠ
사실 진짜 너무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배가 너무 고파서...
밥 하다가 엄마생각나서 서러워서 운 적도 몇 번 있다ㅋㅋㅋ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이런 리듬도 나름 적응이 되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음^^;;;
오후 퇴근길에 배추 한포기 사다가 묽게 된장국 끓여 밥 말아 먹었다.
그래도 사진을 찍을만한 여유가 있었을 때면..많이 적응한 시기였을 듯.
아마 된장국도 며칠 내내 먹다가 질려서 지금 입에도 안 대고 있다--;;;
국수를 연신 멸치 육수에 말아먹다가 질려서 비벼 먹고.
이건 아마 프랑스 무에 달린 여린잎으로 만든 열무무김치로 만든 비빔국수인 듯.
속 느끼할때마다 이 국물을 들이켰다는 소문이ㅎㅎㅎ
고기는 쳐다도 보기 싫고..그저..밥, 김치, 야채랑 국물만 들어가던 시기.
주말에 밀어놓은 칼국수 반죽으로 칼국수 뽑아 끓여 먹었다.
잠깐 짬내 만드는 거라 비쥬얼 따윈 신경 쓸 틈 전혀~ 없음.
주말에 남편이 비빔밥 먹고 싶다고 해서 해주고 ...남은 나물을 꿍쳐두었지.
담날 밤 12시에 일 끝나고 와서 후다닥 비빔밥 완성ㅎㅎㅎㅎ
이것도 맛있어서 먹는 거 아님...
진짜 살려고 발버둥 친거임...
배는 너무 고프고..시간은 없고...
어째 집에 굴러다니는 인스턴트 야끼소면이 있어 끓여보고,
야채섭취가 너무 부족한 거 같아 오이무침.
그나마 인스턴트라도..아시아 스타일은 들어간다.
일터네서 자주 주는 치킨 너겟, 코르동블루, 소세지는 아예 입을 못 대겠던데.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아무것도 먹기 싫고 울렁거려고...
김치를 곁들이면 그나마 어떻게든 넘길 수 있다.
고기를 입에도 못 댄지 너무 오래되서 돼지고기에 김치를 볶아서 밥이랑 먹었다.
이것도 아마 밥 12시나 12시 반쯤 먹었겠지ㅎㅎㅎ
근데 이게 맛있어 보였나...
유심히 지켜보던 남편이 담날 카피했다는 소문이.
혼자 밥 해 먹기 싫어서 맨날 냉동식품이나 파스타로 때우는 양반이...
글쎄 이걸 해 먹었다고 하니 어찌나 귀여우신지.
맛있었다고 보고까지 하더라ㅎㅎㅎ
아... 나 먹을 김치도 모자라서 불안불안한데...
여보야..나 이제 김치도 나눠 먹어야돼..? 흑흑ㅎㅎㅎㅎ
간식샷은 거의 없는데...
과일..과일은 엄청 먹어댔다.
이렇게 거의 한식으로 밥을 먹는대신 무슨 과일귀신 붙은마냥 삼켜댐.
그것도 맛없는 과일은 안 들어가서...
동네에서 제일 비싼 과일.야채 가게를 들낙날락.
계절따져 먹던 과일을 계절이고 뭐고 안 따지고,
아마 그집 과일은 거의 다 맛 본 듯ㅎㅎㅎ
그리고 달달이...
커피에 설탕 타 마시는 거 빼고..특별히 달달이 안 찾는데...
뭔가를 먹어도 부족한 느낌이 들 때가 많이서 며칠은 밤에 핫쵸코 마시고 잠.
비스킷 같은 거도 잘 안 사먹는데...
스니커즈, 트윅스..이런거까지 주서먹는 걸 보고,
남편님 몇번 깜놀하시더니....
장볼 때 그거라도 먹고 힘낼 수 있으면 내라고 잔뜩 사다놨더라.
쌀, 국수, 야채랑 과일만 한 없이 들어가던 시기....
엄마가 해주던 게 생각나서 고추장 풀어 끓인 감자국.
여긴 달걀도 하나 넣어줘야한다.
단백질 섭취가 너무 없으니..달걀로라도ㅎㅎㅎ
고추장과 김치는 거의 흡입수준.
칼국수에 감자랑 김치넣고 칼칼하게~
고기국물도 싫어서 그냥 멸치와 다시마 넣고 낸 육수만 줄창....
이건 좀 창피한 이야기인데...
김치랑 매운 거..국물..이런거만 땡겨서 줄창 먹었더니..소화불량ㅋㅋㅋ
남편 앞에서 방구가 뿡뿡- 나와서 진짜 미안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한동안 방구가 어찌나 심하던지 우울했던 적도ㅠㅠ
근데 어디서 보니 임신하면 소화불량들 많이 걸린다고..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친구도 나만 그런거 아니라며 이야기해주고.
모 블로거님은 임신하고 방구를 하도 껴서,
방구가 되어 날아가 버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그런 글을 적어놔서 깔깔 거리며 웃고는 그나마 위로를 받았다ㅎㅎㅎㅎㅎ
달달이... 카라멜에 익힌 바나나 ㅎㅎㅎ
이건 내가 먹을 게 아니구...오랜만에 우렁각시 놀이.
오후 쉬는 시간에 남푠님 저녁에 먹으라고 타이커리 만들어 놓고.
나는 그냥 밥에 김치, 된장찌개..이거면 만족.
시간 없을때마다 먹던 김치볶음밥.
김치찌개가 더 좋지만 시간이 더 많이 걸리니까 자주 먹을 수도 없다.
빨리 먹고 자야되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
5분, 10분이 참 귀하다--;;;;
야채섭취가 부족해서 겉절이 만들어 먹고.
떡만두국 끓여 먹었다.
인스턴트 만두 내 손으로 사 본게 한 10년만인 듯.
국물있으면 그래도 잘 들어간다....
점심은 오후 쉬는시간인 거의 호우 3시나 4시에,
저녁은 12시 넘어서 먹는 겨우가 대부분..ㅠㅠ
나쁘다는 거 알지만...일하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을 듯.
돼지고기 넣고 김치찌개.
요즘 멸칫국물이 왜이리 좋은지,
멸치도 잔뜩 넣고....
결국 고기는 남기고 김치랑 국물 싹쓸이.
넘 맛났다.
영양보충 좀 해 보려고 갈비탕도 끓여보고.
근데 갈비탕 끓일 고기는 핏물 너무 오래빼면 맛이 떨어진다는데...
아무래도 핏물을 허옇게 너무 오래 뺀 듯.
김치를 1년동안 안 먹고도 버틸 수 있는 내가....
다시 김치 없인 살 수 없게 됐다.
김치 떨어지면 마구 불안 ㅋㅋㅋ
주말만 되면 비몽사몽 정신을 못 차리는데...
힘든 몸을 일으켜 김치를 담갔다..에휴.
내 자신이 기특해..엉덩 토닥토닥.
하나는 찌개.볶음용 김치.
속배추를 쭉쭉 찢어서 살짝 절여 담근 건 일명 칼국수집 김치 ㅋㅋ
칼국수 김치는 첨 만들어 봤는데 고소하고 아삭하니 맛나돠!!
갈비탕에 밥 말아서 칼국수집 스탈 김치랑.
근데 결국 갈비탕 이틀인가 먹다가...또 속이 울렁거려서 나머지는 다 버렸--;;;
역시 김치가 최고다.
그리고 돼지고기 넣은 거보다 그냥 참치넣고 만드는 게 더 잘 들어간다.
김치가 아주 맛있게 익어서, 오랜만에 맛있게 흡입.
사실 맛있어서 먹는 거..맛있어서 밥을 먹는 날보다...
배가 너무 고파서...그리고 먹고 힘내려고 꾸역꾸역 먹는날이 더 많기에.
뭔가를 맛있게 먹는 날은 신기하기까지.
들깨 듬뿍 넣고 만든 들깨두부찜!
예전에 작은 언니가 해 줘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서 만들어 봤다.
두부김치처럼 두부를 따로 익혀서 곁들여 먹어도 술안주로 아주 좋은 음식이지만...
이제 음주와는 바이바이~~~~
가을날...
프랑스에서는 흔치않은 감을 보고 한국생각나서 사봤다.
홍시보다는 단감이 좋은데 이건 홍시.
달달~ 하다.
암튼 늘 시간 쪼개서 말들어 먹는 서바이벌 음식들...
지금도 이런 서바이벌 밥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진찍고, 업댓하고 그럴 여유도 없다능.
뭐 설거지도 2-3일씩 쌓이다가,
결국 남편이 해주는 경우가 많다ㅎㅎㅎㅎㅎㅎ
이런 게 결국 나의 부끄러운 실체였던거야--;;;;;;;그래도 요즘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남편붙잡고 질질짜고 그러진 않는다^^;;;
입덧 심한 사람들은 아예 음식을 입에도 못대고...
하루종일 토하고...(전에 3주만에 5키로 빠진 언니도 봤다.)
아예 회사를 몇 주동안이나 못 가던데...
나는 그나마 배고프면 먹을 수 있는 것도 다행이고...
평소에 그렇게 골골대는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체력이 좋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고...
무엇보다 태아가 건강한 듯 하니 그게 제일이지.
지금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 거 같아도...
얼른 만나고 싶어 조바심이 나 죽겠어도...
어느새 시간은 흘러흘러 이런날을 추억할 날이 오겠지.
아직 6개월을 더 기다려야한다니 아주 까마득하기만 하지만,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보내보려고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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