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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이너리에서 보낸 10일_포도 수확의 공식

Travel/프랑스

by meru 2010. 10. 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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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를 따기만 하면 되는데 뭐 구구절절이 설명을 할까..싶으시죠?
그러게 말입니다..노파심도 참~~~

그러게 저도 가기 전에는 그냥 포도를 따는거지..단순하게 생각했답니다.
하긴 뭐 단순 노동이니 단순할 수 밖에 없긴 하지만요,
직접 가 보니 포도를 따서 담고 운반하는 과정까지도 하나 하나 인상에 남더라구요.

이제부터 온통 푸르른 빛으로 물든 사진들이 나갈테니, 눈이 조금 아프더라도 참으셔효~~^^


새벽 안개가 가시기도 전에 포도밭에 도착합니다.



이렇게 한 줄씩 맡아서 포도를 땁니다.


자세는 각자 편한데로 취하지만, 나무들이 키가 작고 포도들이 대체로 아래 몰려 있어서 상당히 힘듭니다.


나뭇잎 뒤로 숨어 있는 놈들이나 가지 사이에 끼어 있는 놈들까지 있어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답니다^^;;;


문제는 앉은뱅이 자세로 포도를 따면 30분만 지나도 다리가 무지 아프고, 
서서 허리를 굽히고 ㄱ자 자세로 포도를 따면 허리가 끊어질 듯 하프다는 것이죠...ㅜㅜ  
그야말로 두 시간만 지나면 "내 다리 내놔~~~"이런 소리가 나옵니다 ㅋㅋ


입을 다물고 열심히 따던, 수다를 열심히 떨면서 설렁 설렁 따던 포도는 자꾸만 쌓여가고.....


힘들긴 해도 이런 알차고 질 좋은 포도송이들을 보면 기분이 뿌듯해집니다.
따면서 중간 중간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자진해서 맛도 보고 ㅋㅋㅋ
포도의 품종은 '샤르도네'라는 녀석인데 어찌나 달콤한지~~~~


저희 인원이 대략 15~16명 정도 였는데 그 중 세 명은 이렇게 어깨에 큰 통을 짊어지고 다닙니다.
그냥 '운반자' 쯤으로 해두죠 ㅋㅋ ('짐꾼'으로 하려다가^^;;;;)


그럼 포도 수확자들은 개인 통이 찰 때마다, 이 운반자들의 통에 포도를 붓습니다.


운반자들은 다시 자기들 통이 가득 찰 때마다 트럭 위에 실려 있는 커다란 통에 갖다 붓는 답니다.
그럼 텅텅 비어있던 통들이 삽시간에 가득 차고요..

통이 가득 차면 갈고리를 이용해, 운반시에도 포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다듬어 줍니다.


수확자들은 한 줄이 끝날 때마다 다시 시작 점으로 돌아가 다른 줄을 시작합니다.
돌아가면서 혹시 못 보고 지나친 포도가 있나도 살펴 보구요.


트럭이 가득 찰 때까지 계속 포도를 땁니다.
그리고 계속 수다도 떨어주고... 수시로 실 없는 농담도 주고 받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힘들기 땜시...--;;;

저도 짧은 불어 실력으로 엄청난 수다를 떨었답니다.
마치 1년 수다를 10일동안 다 떤 기분이랄까. 


이렇게 통이 꽉꽉 차서 출발하는 트럭을 보는 기분은, 마치 잘 키운 자식 시집/장가 보내는 것 같답니다 ㅋㅋ

포도는 이렇게 청포도 = 샤르도네가 따기가 훨씬 쉽습니다.

화이트와인을 만들 청포도는 상한 부분을 골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농익어서 상한 포도들이 와인의 달콤한 풍미를 더해 줍니다.

반면, 레드와인을 만드는 적포도 = 피노누아의 상한 부분은 와인의 맛을 망치기 때문에 제거 해줘야 되는데, 
그 작업이 아주 시간을 많이 잡아 먹으면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답니다 --;;;;  


작업을 하고 나면...머리나 옷에 번식하려고 환장한(-> 과격한 표현 지송..--;;;) 식불들의 씨들이 들러 붙고...
아주 엄청나게 들러 붙어서 사람 미티게 한답니당 ..끙..--;;;

그리고 포도밭을 헤치고 다닌 용감한 수확자들의 신발이며 청바지는 온통 흙투성이가 되지요.
제 청바지만 깨끗했는데 그 이유를 분석해 본 결과....
'한국사람이라 그렇다'가 정답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앉은뱅이 자세에 익숙하다보, 남들처럼 무릎을 땅에 댄다거나 포도밭에 털썩 주저앉는 일이 없어서 그런 듯.

2~3일은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했던 것 같은데, 점점 하루가 다르게 지쳐갑니다.
7~8일째가 되자,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머리가 핑클 핑클 돕니다.
이러다간 와인을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시게 되는 게 아니라,
와인만 봐도 머리가 빙글빙글 돌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당쥐를 마치 낭만적인 경험이라도 되는 양 여기고 이곳에 온 건, 어쩌면 저의 지나친 로망이었을까요...?


어쨋건 일은 마무리 되어 가고..마음속엔 희망이 들썩거리고...
천근만근 무거운 몸과는 반대로, 왠지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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