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에 사는 남편 친구 부부가 얼마 전 쌍둥이를 낳았다.
지지난 주말에 잠깐 고향에 왔다고 해서 딸램이랑 둘이서 급 아버님댁에 다녀왔다.
중고딩 친구라 본가가 같은 동네.
나도 둥이네가 보고 싶긴 무척 보고 싶었는데...
남편의 강요?.. 아닌 강요에 혼자 남게 되었다.
내가 가면 (내가 일요일 아침에 일을 하기 땜에) 당일 저녁에 와야하고
어차피 일요일에 남편은 집에서 혼자 애를 봐야하니
차라리 이 편이 낫다면서 애써 나를 설득했다.
객관적으로 그편이 모두에게 나은 건 사실이지만
남편이 일부러 나를 혼자 쉬게 해주려고 배려를 했다는 건 말안해도 다 안다.
내가 조금 우울했던때라 남편이 여러모로 마음을 써야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 최근이다.
참 애 하나 키우면서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걸까....
남들은 둘씩 셋씩 낳아 안고 업고 끌고 잘만 다니던데.
서서 밥 먹고 찬 밥 먹고 그것도 못 먹고...하던 시절은 이제 가고
걷기도 잘 걷고 조금씩 표현을 하기 시작하면서 좀 편해졌다 싶긴했는데
시기마다 다르긴 하지만 요즘은 딸램 고집때문에 힘들다.
가끔 상처도 받고 ㅎㅎㅎㅎ
그런와중에
나의 생활이라곤 눈꼽만큼도 가지질 수가 없다는 사실이
가끔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물론 퇴근 후 딸램을 찾아 올때까지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지만
피곤한 날은 조금 자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집안일이나 저녁준비도 해야해서 바쁘다.
가끔 날씨가 좋으면 해 있을 때 산책하려고 일찍 찾아오기도 하고.
날이 춥긴 하지만 비가 안 오면 최대한 산책을 많이 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랑 놀아주면서 저녁 준비 마무리해서 아이 저녁 먹이고
퇴근한 남편과 함께 저녁 먹고 나면 아이를 재우기도 전에 내 눈커플이 먼저 내려앉는다.
다행이 착한 남편이 설거지도 해주고 딸램도 재우고 하지만...
주말엔
내가 집안일 하는 동안 남편이 아이를 보고
남편이 집안일 하는 동안 내가 아이를 보고
외출은 보통 셋이서 한다.
이날도...
여기저기 딸램의 물건이 늘어나면서 어수선해진 집안꼴...
쉬는날 아침 내내 구조를 바꾸고 정리를 했다.
게다가 아이가 너무 여기저기 어질면서 노는 것 같아서
거실 한쪽을 아이의 놀이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것도 좀 어수선함--;;;;)
저녁에 퇴근을 하고 돌아온 남편은
쉬는 날 좀 쉬잖구 또 일을 벌렸다며 끌끌..혀를 찼다.
자기방에서 놀 수 있도록 유도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방이 모두 2층에 있는 복층인지라--;;;;;
남편의 믹싱테이블은 그대로 두었지만
일부러 부엌에서 가까운 거실에 두었던 나의 요리책들은
울 딸램 장난감에게 자리를 뺏기고 하루아침에 애물단지로 둔갑해 버렸다.
요리도 안 하면서 요리책 욕심은 정말 많다는 걸 다시한번 실감했다.
게다가 책들이 두껍고 하드커버가 많아서 이거 책장에서 빼서 옮기다가 넉다운--;;;;
완전 무거워.
작은 책장을 하나 더 사야하겠는데 언제 시간이 될려나.
암튼 당분간은 이런신세.
나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정작......
딸램과 남편이 떠난 (폭탄맞은) 자리를 정리하고
냉장고를 비우고 미리 며칠 먹을 것들을 만들어 두고 나니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결국......
컴터 자판을 두두리며 맥주를 한잔 하는 게 전부였지만 나쁘지 않다.
아무도...아무것도 신경쓸 게 없다니.
아무생각 없이 게을러져도 된다니.
늘 폭탄맞은 것 갔던 집안이 오랜만에 살짝 정돈이 되었는데
이제 이런 모습이 적응이 안 되는 나머지 아주 썰렁하게만 느껴지더라는 게 첫번째 반전.
그리고 남편이 없으니 옆구리가 시려웠는지
밤에 잠을 잘 못자고 서너번 깼다는 게 두번째 반전!!
이런 반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가졌던 혼자만의 시간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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