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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오붓하게...달랑 두 식구지만^^

나의 식탁/프랑스요리

by meru 2010. 12. 2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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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저녁이예요.
어제 오후까지 북적거리던 도시가 크리스마스 이브와 함께 쥐죽은 듯 조용해 졌어요.
다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일 거예요.

한국은 뉴스 보니까 크리스마스라고 명동거리가 터질 듯 하던데...
프랑스는 25일날 거의 모든 가게, 식당이 문을 닫구요...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낸답니다.

J님과 저는 미리 1주일 먼저 시댁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왔거든요.
그래서 정작 크리스마스에는 달랑 두 식구가...마르세유에서 조용히 보냈어요.
오늘은 계획이 없는 친구들과 점심 먹으러 친구네 집에 다녀오긴 했지만...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둘이서 보냈어요.

작년에 시댁에서도, 집에서 둘이서도 무리하게 많이 먹었던 기억...--;;;
어디나 명절에 과식하는 건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ㅋㅋ

하지만 올해는 과식하지 않기로!
디저트도 건너뛰고 메인에만 집중했어요..^^

달랑 두 식구에 아이도 없는데...크리스마스 때문에 이것 저것 새로 사기는 좀 그렇더라구요.
그냥 있는 식탁보 잘 다려서 깔고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초만 몇 개 사왔어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빨간색...작년처럼 냅킨을 빨간색으로.
이게 다예요~~~ㅎㅎㅎㅎ


그나마 올 해 식기며, 잔들이며 몇 가지 괜찮은 살림들을 장만한 덕분에 분위기가 사는 거 같아요.
가장 바꾸고 싶었던 건 식탁보였지만 질이 좋은 식탁보들은 가격이 넘 비싸요.
1월즈음 세일하니까 그 때까지 기다렸다가 장만하기로ㅋㅋㅋ


프랑스 명절에는 꼭 프와그라 (Fois gras)라는 거위간 요리를 먹거든요.
올해는 J님 회사에서 준 선물세트에 프와그라 (Fois gras)가 들어있어서 안 사고 이걸 먹었어요.
사실 맛은 그저 그랬지만 공짜니까...^^;;;


먼저 샴패인 한 잔 하면서 프와그라를 조금 먹고...


샴패인은 샤를 더 카사노브 (Charles de Cacanove)라는 가격대비 참 괜찮은 샴패인인데요..
원래는 22유로 정도 하는데 크리스마스라고 50% 세일하는 걸 J님이 발견하고 2병 사왔더라구요.
한 병은 어제 둘이서 마시고, 한 병은 오늘 친구들하고 점심에 마셨어요.


프와그라는 조금만 먹고 구운 관자로 샐러드를 만들어 스타터로 먹었어요.
호두를 조금 뿌렸는 관자와 정말 잘 어울리더라구요.
원래 피스타치오를 뿌리고 싶었지만 옆 집 친구가 호두를 엄청 많이 줘서 남아 돌거든요...


매인은 스테이크와 마늘향 나는 왕새우 구이에 구운 버섯.
소스는 와인 소스와 홀란데즈...두 가지 소스를 낮에 미리 만들어 놨다가 편하게 데워서 냈어요.

크리스마스라고 평소에 비싸서 잘 안 사 먹는 관자, 왕새우 사 온 거죠.
많이 먹는 대신 맛있는 거 먹기로 ㅎㅎㅎㅎ


와인은 결혼선물로 친구 커플한테 받은 화이트 와인을 마셨어요.
이렇게 선물로 받은 와인들은 바로 마시지 않고 아껴 뒀다가 특별한 날 마시거든요.
크리스마스니까 조금은 아낌없이...^^


흡...초가 녹아 내려서 식탁보위로 흘러내렸어요 --;;;
그래도 예쁘죠..?ㅎㅎㅎ


디저트를 따로 준비 하지 않아서 아이스크림 꺼내서 먹었어요.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거지요...ㅋㅋㅋ

그래도 올 크리스마스에는 적당히 먹은 것 같아요.
다만 둘이서 샴패인 한 병, 와인 한 병을 마신 건 좀 무리였던 듯...--;;
오늘 아침 머리가 좀 아푸더라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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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는 선물때문에 고민을 좀 많이 했어요.
가족들끼리 공동으로 준비하는 선물을 주고 받긴 했지만...
그러고보니 작년 크리스마스도 올 해 생일도 선물을 안 하고 그냥 지나갔더라구요.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고민 고민, 아이패드를 해 줄까 했는데...
굳이 이런 비싼 선물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
잘 쓸 거면 몰라도 어쩌다 출장갈 때 한 번씩 기차에서 쓸 건데..그런 용도 치고는 너무 고가더라구요. 

결국 뭘 해 줄까 고민을 해 봐도 평소에 사 줘도 되는 옷이나 신발 같은 건 싫구...
신발은 신발이지만 겨울을 따듯하게 나라는 의미에서 털실내화는 괜찮겠더라구요.
바닥 난방이 안 되서 일반 실내화로는 발이 엄청 시렵거든요 ㅎㅎㅎ



완전 따신 가죽 털 실내화!..간지나요...^^
J님이 너무 너무 좋아해서 오늘도 집에 오자마자 실내화부터 찾아 신더라능 ㅎㅎㅎ


다만 저는........제 선물은....흡...미니 코콧--;;;
제가 얼마 전에 스타우브(STAUB) 미니코콧을 하나 깨트리고는 굉장히 슬퍼했거든요 ㅎㅎㅎ
어째 오랫동안 뭘 안 깨먹는다 했지요...ㅠㅠ
그걸 본 J님이 스타우브 코콧을 찾으로 백화점을 2 개나 돌았다는데 못 찾았다며 이걸로 대신 사 왔나봐요.
내 눈에는 너무 잘 띄어서 탈인데, J님은 평소에 별 관심이 없어서 눈 여겨 보지 않으셨던 건지...
그 흔한 스타우브 미니 코콧이 왜 J님 눈에만 안 보이는 거냐고요~~~

사실 이게 스타우브 미니 코콧이건 그양 싸구려 미니 코콧이건 중요한 건 아니예요.
모양이랑 색깔도 이쁘구요..이걸 고심해서 사 왔다는 게 참 고맙고 귀엽긴 했어요.
그렇지만...그렇지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방용품을 주는 건 좀....ㅜㅜ
이건 좀 너무하잖아....

제가 평소에 살림을 너무 밝혔나봐요.
남푠님까지 이런 걸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생각을 다 하다니.

어제는 그냥 고맙다고만 했지만 오늘은 (하루 지났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어요 ㅎㅎㅎ
너무 고마운데 다음부턴 머리 쓰고 시간 쓰고 돈 써가며 살림같은 거 사오지마요...라고.
선물이 작든 크든 싸던 비싸던...선물은 마음이 중요한 거라며...
항상 소중하게 생각했던 제가 선물에 불평을 해 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이런 제가 못 되 보일 수 있지만요.
제가 속상했던 건 선물이 작아서가 아니예요.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거, 필요한 게 하나도 생각이 안 났을까..?...살림 밖에는..?...하는 서운한 생각이죠.
저는 평소에 뭐가 갖고 싶다, 이거 사줘요..저거 사줘요...이런 말 못해요.
다만 아니다 싶을 때..이런 마음을 속에 꽁-하고 감추고 있는 것 보다는 이야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너무 했나요?
하지만 저도 살림하는 아줌마이기 전에 여자라구요~~~흑흑ㅠㅠ
J님도 너무 미안해하며 담부턴 안 그러겠따고 약속하셨습니다.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어요..선물을 뭘 해줄까ㅋㅋㅋ

그치만 저, 오늘 J님에게 경고했어요.
"정 생각이 안 나면 차라리 그냥 꽃 한송이 해 주세효. 난 그걸로도 행복할테니..."^^
완전 무섭죠? 겁나죠???ㅎㅎㅎㅎㅎ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셨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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