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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보내는 편지 1 _ 비 내리는 막세이(Marseille)

Travel/프랑스

by meru 2009. 1. 3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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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도착해서 떼제베를 타고 세 시간 반을 달려 한 밤중에서야 항구도시인 막세이(Marseille)에 도착했다. 어차피 여행의 목적이 "투어"가 아닌 "방문"이기 때문에 대부분 막세이에 머므르면서 주변을 둘러 보고 파리에서 몇 일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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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막세이

첫 날 부터 줄창 비가 내린다. 5년 동안 (베이징에 산 4년과 중국의 다른 지역을 제외하고는) 해외여행은 귀경도 못 해본 이 여인네를 조롱이라도 하듯. 그러나, "떠난다"는 행위 자체로 인하여 이미 나는 설렘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으니, 하루 온 종일 내리는 비 마져도 마음 한 켠을 간지럽힌다. 처녀의 치마자락을 희롱하는 봄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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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세이는 프랑스에서 파리, 그리고 리옹 다음으로 큰 도시다. 남부의 억양이 강해서 꼭 딴 나라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이 도시. 아시아 인은 극히 드믈고, 흑인들은 종종 볼 수 있다. 소 일거리나, 노점상인들은 대부분이 흑인들이라는 점이 조금 씁쓸했지만, 그네들과도 어깨동무를 하고 커피를 나눠마시며 농담을 주고 받는 막세이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이 곳이 뭔가 다른 곳임을 쉽사리 예감하다....

내가 막세이에 간다고 하자, 프랑스 친구들은 "막세이는 프랑스가 아니고, 그냥 '막세이'일 뿐"이라는 농담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랍, 아프리카계 등 이 곳의 외지인들은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나는 막세이 사람이요"하고 대답한단다. 몇 년 전 프랑스 전역에서 아랍계인들의 폭동이 있었을 때도, 막세이 만은 잠잠했다는데, 외지인들끼리도 친분이 두터울 뿐 아니라, 그들이 현인들과도 조화를 잘 이루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비 오는 거리를 나서다

도저히 그칠 것 같지 않은 비. 심하게 고파오는 배를 견디지 못하고 비 오는 못 하고 거리를 나섰다. 편하다고 가져온 세무 재질의 신발이 금세 젖어 버린다. 이런 낭패가. 운동화를 가지고 오지 않은 나를 탓하며 30유로를 주고 하얀 운동화를 샀다. 이것도 비싸지만, 그나마 세일기간이어서 다행이다.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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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대충 파니니 샌드위치로 때우고, 낯 선 거리를 쏘다니가가 막세이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부두로 향했다. 부두 근처에 있는 투어리즘 오피스에서 지도도 구할 겸. 근데 못 찾겠다. 이럴 때 잘 쓰는 방법이 있다. 카페나 바에 들어가 목을 축이고, 쥔장에게 물어보는 거다. 핑계삼아 맥주도 한 잔 할 겸.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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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쟁이 할아버지

맥주를 한 잔 하고 있으니, 한 할아버지가 내 앞에 앉더니, 맥주를 주문하고는 프랑스어로 나에게 말을 건다. 자기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서, 근처 시골 풍경을 그렸다며 나에게 그림을 보여준다. 내가 프랑스어를 못 한다고 했더니, 조금 하는데..라며 계속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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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젋다면서, 젋었을 때 인생이 아름답다는, 뭐 그런 말을 한다. 고작 3개월 배운 프랑스어로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고통. 하지만 나름 재미나고, 하루종일 혼자였던 나에게, 말도 안 통하는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이가 고맙다. ㅠㅠ...그리고 덤으로 공짜 맥주까지 얻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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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고 있으니, 할아버지의 형이 카메라가 좋다며 무슨 브랜드냐고 물어본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했더니 "막세이에 온 기념"이라며 두 분이서 포즈까지 취해 주신다. 재미있는 분들이다.
   
바 주인아저씨에게 물어서 투어리즘 오피스를 찾고, 지도를 가지고 집으로 오다가 길을 잃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낯선 사람들이 없거나,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 다면, 여행의 묘미도 덜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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