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우수수수수 떨어지고 가을바람이 쌀쌀합니다.
여러분들도 가을 타시나요...?
사실 저는 잘 안 탑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쯤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기분이 심하게 저조한 날이 있습니다.
평소에 아무리 이성적이더라도..여자라면 컨트롤 하기 힘든 우울한 날..,다 있을 것 같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길요...--;;;)
아무튼 어제가 그런 날이었어요.
아침부터 누가 전화를 해서 잠을 일찍 깨서 아침 내내 멍한 상태였어요.
좀 민감한 편이라 아침에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거든요.
먹먹한 하늘...꾸리꾸리한 날씨..
J님은 일어날 생각을 안 하시고 콜콜 자고 있고...
겨우 커피 한 사발 마시고, 샤워로 정신을 좀 차린 다음 혼자 시장으로 향했어요.
가는 길에도 내내 고개를 떨구고 생각에 잠겨있었지요.
장을 보면서 익숙한 얼굴들과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사고...
마지막에 빵집에 들러 J님에게 드릴 크로와상과 갓 구운 바게트도 샀어요.
그러는 사이 하늘이 맑아져서 따닷한 햇살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다시 기분이 조금 업 됐지요.
아 빨리 요 맛난 빵을 J님께 배달해 드려야지...발꼬락이 안 보일 정도로 속도를 내어 집에 왔는데,
아 글쎄 J님은 쪽지만 하나 남겨놓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ㅠㅠ
(제가 전화기를 놓고 가서 연락을 못하고 친구랑 자전거 타러 가심)
나.....나는...???
갑자기 속이 확~~~~~ 상하더라...이겁니다.
별 이유도 없이 심통이 난 거지요.
미역국 끓여 대충 밥 먹고 카메라, 책, 일기장 이것 저것 챙겨서 누가 쫓아 올세라 집을 나섰습니다.
그야말로 큰 맘 먹고 전화기도 꺼 버리고 그야말로 무단 가출 외출을 한 것이지요. (일부러 전화기 꺼 놓은 적도, 일부러 안 받은 적도 처음입니다)
멀리 가기는 늦었고, 가까운데서 광합성 좀 해 주다가 조용한 카페가서 책 읽으믄 돼겠구나.
토요일에 날씨가 좋으니 사람들 북적거리더군요.
그래서 금방 지쳐 버렸어요.
시계를 보니 3시.
아냐...아직 집에 안 갈꼬야!!!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정신 줄 놓고 카페를 향하고 있었어요...
한 아주머니가 저에게 "가방 열렸으니 조심해요!" 이러는 거.
가방을 봤더니 아뿔싸...가방 앞에 조그맣게 달린 자크가 열려 있고 아이폰이 사라지심--;;;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누구예요?" 하고 물었더니, "저 쪽으로 갔어요. 흰색 스웨터 입었어요" 그래서 부리나케 쫓아 갔는데,
어디 흰색 옷 입은 사람이 한 두 사람이어야죠.
그 중에 타겟으로 보이는 젊은이 셋을 쫓아가 보았지만,
제가 본 것이 아니니 다짜고짜 "내 폰 내놔!!!!" 할 수도 없는 노릇.
한 놈명도 아닌 세 놈명이라 사실 좀 무섭기도 했어요.
안 그래도 워낙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소문을 들어서 항상 조심하는데,
기분이 너무 안 좋은 상태라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 것.
스스로 물건을 잃어버린 적은 많아도 누가 내 물건을 훔쳐간 적은 없었건만, 당하는 건 한순간이었어.
홀로 남은 충전기...
내평생 반지가 끊어진 일도 업을 뿐 아니라 반지가 끓어진 걸 본 것 또한 처음이라.
Oh my got....너무 기가 막혔다는 거죠.
그것도 약혼반지가....ㅠㅠ
또 내가 이유없이 심통을 부려서 하늘이 벌 주셨나 봅니다.
지난번 무쇠 냄비를 깨 먹었은 날도 바로 이런..이유없이 심통이 나있던 날이었는데.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아닌 게 아니라, 외출 할 떄 "이렇게 기분 안 좋은 날은 꼭 뭔 일이 나는데..나가지 말까..?" 라고
잠시 망설였었거든요.
어쨌든 저는 괜히 심통 냈다고 벌을 받아서...
아이폰 잃어 버리고, 반지가 끊어졌을 뿐 아니라,
J님은 경찰서에서 4시간 넘게 기다리느라 일욜 오후를 저 홀로 보내고 있답니다.
(보험처리 받으려면 조서를 작성해야 하거든요--;;; 폰이 J님 명의라 J님이 저 대신 갔어요)
J님 넘 불쌍해효..ㅠㅠ
괜히 철 없이 무단 외출한 아내 때문에....흑흑
이상, 철 없는 아내의 고백 + 넉두리였습니다.
지루한 이야기 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저처럼) 괜히 심통내지 말고 웃으며 삽시당!!!^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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