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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2월 식탁

나의 식탁/매일밥상

by meru 2022. 3. 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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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1월 말에 네 식구가 모두 코로나 오미크론에 걸렸었는데

그 후로 3주가 지나서 또 독감에 걸렸다.

 

아이들 방학의 시작과 함께...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도 함께 시작됐다.

뒤숭숭하고 아프기도 하고 슬픈 날들이었다...ㅜㅜ

 

아이들이 지난해부터 코로나에 두 번 걸렸지만 아프지 않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1주일 정도 지속적으로 열이 나고 많이 앓았다.

 

보통 아이들이 아픈 정도를 구분할 때 나는 주로 '밥을 먹는가 아닌가', '노는가 아닌가'를 보고 판단하는데

이번에는 당연히 밥도 잘 먹지 않았지만 심지어 누워만 있고 놀지를 못 할 정도.

우리 애들이 아프다고 안 노는 일이 거의 없었지 아마...?

그러니 얼마나 아팠을고.

 

덕분에 아이들은 누워서 실컷 티브이를 봤고

나도 아마 몇 달치 누워있을 분량을 한 열흘 동안 다 누워있었지 싶다.

태어나서 진통제를 이렇게 많이 먹어본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작년에 처음 코로나 걸렸을 때 보다도 더 많이 먹는 듯.

 

한국이랑 여기 차이점은 독감에 걸려도 딱히 약을 처방해주지 않는 것이다.

기껏해야 코에 넣는 약, 그리고 진통제 정도? 

 

폐렴, 중이염 등 다른 염증이 생기지 않는 한 항생제는 처방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진통제만 먹고 계속 누워있었던 것 ㅠㅠ

 

그래 봤자 감기다.

전쟁 소식을 들으며... 솔직히 감기로 엄살을 부릴 수가 없었다.

 

2주가 넘어가니 좀 괜찮아지는 듯 하고.

이제 거의 다 나았으니 나의 월 중 행사가 된...

밥상 사진을 업로드를 해보려고 한다.

 

설에 또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가려니 좀 그래서 만두라도 만들어 봤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갈 때가 더 많았지만 큰 딸이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고 하기도 했고

아이들이 만두 같이 만드는 걸 좋아해서 겸사 겸사. (나는 물론... 혼자 조용히 만들고 싶다)

 

지난번에 군만두를 먹어서 이번에는 중구식 찐 만두인 바오즈(Baozi)를 만들었다.

만들 때마다 좀 들쑥날쑥...이번에는 반죽이 많이 부풀어 오른 것 같진 않네.

그래도 맛있었다.

와플 기계를 새로 장만하고 다시 (너무) 자주 해 먹게 된 와플.

아이들 아침식사로도 너무 좋지.

 

착즙기로 오렌지, 당근, 사과 주스도 만들고

아침에 마시면 맛도 좋고 기분도 좋아지는 음료.

 

감자 피자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감자를 얇게 채 썰어서 바삭하게 부치고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얹는 새로운 걸 시도.

근데 별로 인기가 없었고..비쥬얼도 별로.

 

다행이었다...감자요리는 인기가 없었지만 모짜렐라 샐러드가 있어서 ㅎㅎㅎ

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는 효자 메뉴 아니겠능감.

 

손님 초대에 갈비 요리를 할까... 하고 갈비를 사다가 구이도 해 보고 찜도 해봤다.

한국 갈비랑 프랑스 갈비랑 많이 달라서 좀 다르긴 한데 뭐 양념이 맛있으니까 맛은 좋았다.

그런데 초대한 부부가 고기보다는 생선을 즐긴다고 해서 한식을 안 하고 프랑스 음식을 만듦.

 

만두 만들고 남은 반죽이 남아서 일부러 또 팥 앙금을 만들어서 찐빵을 만들어 봤다.

남편이랑 둘째는 맛없다고 안 먹고 나는 추억의 맛으로 그적저럭 맛있거 먹었고..

당연히 우리 집에서 제일 잘 먹는 큰 딸은 맛있다고 몇 개를 순삭 했다.

만 7세의 놀라운 먹성!

 

직접 만든 팔라펠(Falafel), 피타 브레드,타히네(Tahine) 요거트 마늘 소스.

삼총사지 머.

 

여기에 오이 토마토 샐러드도 곁들여야 더 좋은데 귀찮았나 보다.

그냥 간단히 이렇게 먹었다.

 

오랜만에 만든 나의 클래식 배 크럼블 파이, 크럼블 오 폼(Crumble au pomme).

친구네 집에 초대받았는데 디저트를 가져가기로 해서 만들었다.

역시나 맛있었다.

 

먹고 싶은 게 참 많은 만 7세.

큰 딸이 딸기 티라미수(Tiramisu)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딸기 철이 아녀서 곤란.

냉동 라즈베리를 사다가 라즈베리 티라미수를 만들어 줬다. 

 

남은 라즈베리 콤포트는 이렇게 간식으로도 먹고....

 

홍어(La raie)를 버터 소스에 곁들여 먹음 맛있다.

주로 브르타뉴에서 여름에 먹곤 했는데 신선해 보이길래 사 와봤다.

팬 프라이를 해도 되고 쿠흐 부용(Court bouillon:간단한 야채 육수)을 만들어서 익혀도 되지만 오븐에 구웠다.

쿠흐 부용에 익히는 게 촉촉하니 제일 맛있긴 한데 오븐에 익히는 게 편하긴 편하군.

 

제일 애정하고 제일 쉬운 버터 케이퍼 소스(버흐 오 카프흐: Beurre au capre)를 겨들였다.

남편은 다른 소스들을 참 좋아하는데 나는 이 소스가 제일 좋고 젤 편하거덩.

 

남은 팔라펠을 좀 튀기고...

메인은 토마토 소스 파스타. 

 

나는 고춧가루 팍팍 뿌려서...아주 기본이지만 아주 맛있다.

 

냉동실에 있던 일반 만두와 바오즈를 꺼내서 큰 딸과 단 둘이 하는 점심을 해결했다.

바오즈는 팬에 굽는 방식으로 일반 만두는 만둣국으로.

 

바오즈를 조금 해동하고 바로 쪘더니 부풀어 오르진 않았지만

냉동실에 홈메이드 일용할 양식이 있으니 이렇게 편하고 든든하다.

사 먹어도 되지만 홈메이드 먹다가 냉동만두 먹으면 솔직히 맛이 너무 없다.

 

올 겨울에 수프 말고는 야채 섭취가 부족한가 싶어 야채만 넣고 라구 소스를 몇 번 만들어 먹었다.

파스타에 그냥 비벼도 맛있지만 이렇게 라자냐에도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한 솥 만들면 두세 번 먹을 수 있는 것도 큰 메리트.

 

갈레뜨 브러통(Galettes de bretonnes), 메밀가루로 만드는 브르타뉴(Bretagne)식 크레페.

아이들은 햄, 에멘털 치즈, 달걀을 넣어주고 나랑 남편 건 시금치와 버섯을 추가했다.

너무 맛이 좋았다.

 

달걀은 적당히 익혀 톡 터트려 소스처럼 먹으면 넘 촉촉하니 좋다.

 

인도식 치킨 커리를 만들었는데 야채를 듬뿍 넣고 익혀서 갈아서 소스를 만들었다.

남편은 야채를 안 넣은 게 더 맛있다고 했지만 요즘 내 최애 저녁 메뉴는

단백질과 채소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요리.

빨리 만들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다.

 

그래서 나는 요게 좋다고 설명해 줬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ㅋㅋㅋ

 

제육볶음과 야채 반찬 삼총사.

말모 말모...맛있지머.

 

저녁 초대가 있어서 세 가지 딥(Deep)을 만들어 봤다.

단호박 딥, 비트 요거트 딥, 허무스.

 

이런 걸 굳이 홈메이드로 만드는 나도 참...

요즘은 대부분 다 사 먹지 않나 싶다.

 

그 딥에 찍어 먹을 야채 듬뿍!

 

두부를 많이 사 와서 두부로 4인 가족 저녁식사 해결하기.

한참 유행하는 듯(?) 했던 참치 넣은 두부조림을 해 봤다.

아이들 건 참치는 넣지만 맵지 않게.

 

먹을 만은 한데 뭐 큰 감흥은 없었다.

참치 안 넣어도 두부조림은 다 맛있지 않나 싶고.

 

가장 기본이면서(내 입에는) 너무 맛있는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방울토마토로 만들어 봤다 나도.

마늘 듬뿍 넣고... 역시나 맛있어.

 

닭고기 쉽게 요리하기.

야채 때려 넣고 소금 후추 뿌리고.. 다른 허브나 향신료는 옵션...

그리고 올리브유로 마사지 후 버터 좀 더 바르고 오븐에 굽굽.

완성 사진 없넹.

 

주말에 웬일로 내가 소고기가 땡겨서 엉트르코트(Entrecôte)를 사 왔다.

프랑스는 아직 아스파라거스 철이 아닌데 스페인 산이 너무 신선해 보여서 사 봄.

스페인 산 야채랑 과일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맛있었다.

 

단호박 그라탱(Gratin)과 버흐네즈(Béarnaise) 소스 비스꾸름한 소스를 곁들임.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레어.

내 껀 미디엄 레어.

 

커피 티라미수는 아이들이 먹을 수 없어서 초콜릿 티라미수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티라미수를 너무 좋아하는데 커피 티라미수는 못 먹는다며 또 졸랐다.

 

초콜릿 티라미수도 엄청 맛있다.

이 후로 몇 번 더 해 먹었더니 살이 뒤룩뒤룩 찌는 이 느낌적인 느낌.

 

마파두부. 

야채는 중국식 배추 간장 식초 볶음으로 보충했다.

둘 다 매웠지만 너무 맛있었다.

 

역시 마파두부에 쓰는 다진 돼지고기도 기름이 많으면 더 맛은 있다.

몸엔 별로 안 좋겠지만...

 

요즘은 생선을 거의 오븐에 굽는 것 같다.

내 귀차니즘의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소스도 보통 버터 케이퍼 소스를 만드는 게.. 역시나 같은 이유.

 

감자를 쪄서 곁드는 건 이게 생선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방을 좀 줄이기 위한 것도 있다.

볶거나 굽거나 오일과 버터가 들어가니깐.

 

지난달에 이어 한 번 더 만들어 먹은 숙주밥.

이번에도 네 식구 다들 맛있게 먹었다.

콩나물 밥이 더 맛있지만 프랑스에서 콩나물은 구하기가 힘들다.

예전처럼 좀 길러야 하나..? 흠...ㅋㅋㅋ

 

시금치 라자냐(Lasagne). 시금치 듬뿍!!

 

모짜렐라(Mozzarella) 치즈가 모자라서 에멘탈(Emental)치즈를 같이 넣어줬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이 보면 아주 기겁을 하겠지 ㅋㅋㅋ

 

요즘 귀차니즘으로 인해 샐러드는 최대한 간단히 만드는데

당근도 넣어주고 건포도랑 잣, 해바라기씨도 좀 넣어줬더니

남편이 자기는 이런 샐러드가 넘 좋단다.

 

갈비탕을 끓이다가 무를 가득 투하.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할 때쯤...무를 먹으면 기침이 좀 가라앉을까 하고 만들었다.

 

역시 아플 때는 국물이 최고.

잘 먹지 않던 아이들이 그나마 밥 말아서 한 그릇씩 먹더라는.

 

야심 차게 돈가스도 넉넉히 튀기고 소스도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아파서 먹지를 못함 ㅠㅠ

 

남아도는 단호박을 익혀 샐러드를 만들려고 했는데 퓌레(Purée)처럼 되었지만 맛있었다.

남편이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다.

 

전 날 돈가스 한 걸 후회하고 다음날 바로 미네스트로네(Minestrone)를 끓였다. 

게다가 이날부터는 남편도 아팠었지 아마...

 

멀리서 친구들이 오기로 해서 특별히 신경 써서 디저트를 만들려고 다 준비해뒀는데 아파서 취소했다.

취소는 했지만 그 아픈 와중에 난 또 이걸 완성해 버렸다.

준비해 둔 재료가 아까워서...

 

아픈 와중에도 겁나 맛있었음.

그렇지만 이 많지도 않은 걸 우리 가족이 며칠에 걸쳐서도 다 못 먹었다.

맛있었는데 못 먹어서 또 아까웠다.....ㅜㅜ

 

많이 좋아진 가족들은 파스타를 해주고 나는 육수에 김치 넣고 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얼큰한 게 너무 필요했지만 아무도 나에게 끓여 줄 사람이 없네.

 

이게 엄마의 설움.

남편에게 좀 가르켜 주고 싶지만..설령 만들어 줘도 아마 맛없어 못 먹겠지.

 

아픈 와중에 이건 또 너무 잘 들어가 ㅋㅋㅋㅋㅋ

먹고 누워만 있으니 살이 뒤룩뒤룩...

 

신경을 통 못 쓰니 야채 섭취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서 과일 샐러드도 만들었다.

과일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인데 과일 샐러드는 그나마 잘 먹는 듯.

특별히 첨가하는 게 없는데 (설탕 한 티스푼 정도..?) 이렇게 섞으면 참 맛은 있다.

 

다들 입맛이 별로니 감자 그라탕을 메인으로 저녁을 먹었다.

 

집에 재료가 별로 없어서 당근, 시금치, 달걀, 맛살만 넣고 만들었다.

요즘엔 거의 이렇게만 넣고 만들긴 한다.

 

아이들이 한 번도 먼저 김밥을 만들어 달라고 한 적 없고, 늘 내 사심으로 만드는데

처음에는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이 점점 더 잘 먹는다. 

 

내 것 보다 작게 싸서 얇게 썰어준다.

한 입에 먹을 수 있도록.

 

김밥 한 접시로 나무를 만들질 않나..하트를 만들질 않나...

밥 가지고 장난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너무 귀여워서 말을 못 함.

 

네 개 남으니 의자까지 만든 큰 딸 ㅋㅋㅋ

웃겨서 웃고 있으니 엄마 사진 찍으란다. 

 

잘 노는 애들...암..이렇게 놀아야지 아이들이지.

내 몸음 천근만근이어도 아이들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다.

 

그렇게 햇살 좋았던 2월 마지막주를 우리는 이렇게 보냈다.

집구석을 하루종일 잠옷 차림으로 누비며. 

 

건강한게 최고인 것 같다는 아주 질리는 멘트로...

2월의 밥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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