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의 밤"...무슨 영화나 드라마 제목 같지만, 다름 아닌 포장마차...아니, 노천 술집쯤 되는 곳이다. 이 곳이 그냥 이렇게 길바닥에 자리하고 있어서 누추해 보이긴 해도, 그 세월이나 인기로 볼 때는 참 만만치 않다.
XX 대학교 정문 옆에 떡 하고 버티고 있는데다, 화장실도 없어 남의 화장실을 빌려써야 하는 뻔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집을 드나든 해를 손가락으로 세도 10개를 꽉 채운다. 몇 년 전 술집 옆에 5층짜리 원룸이 세워진 뒤로는 화장실을 멀리가지 않아도 되니, 세월 참 많~이 좋아졌다.
원룸은 쥔 아주머니의 소유로, 이렇게 밤 늦게까지 장사해서 모은 돈으로 아들 대학도 보내고, 원룸도 지었으니, 대단하달 수 밖에...
주머니 사정 궁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술집답게,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소주는 딱 500원 올랐고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안주는 대략 2000원씩 밖에(5000원 정도에서 7000원) 안 올랐다. 물가는 숨 가쁘게 오르는데도 말이다.
무뚝뚝하면서도 안주는 접시가 넘쳐라 담아주시는 아주머니의 푸근한 인심도, 달큼시큼한 진~한 초장 맛도 10년 전 그 맛 그대로~
안타깝게도 이제는 1년에 한 벌 올 수 있을까 말까 한 곳이 되었지만...ㅠㅠ
멀리 사는 것도 그렇고, 나이를 먹으니 다들 바쁘고 술을 멀리 하는 탓에 마땅한 술친구도 없으니...
사회에 나가보니 세상에는 참 좋은 곳들이 많더라. 분위기도, 음식 맛도 작살인 그런 곳들...
근데 이곳은 뭐랄까.. 특별한 맛이 난다.
추억의 맛이라고나 할까...?
친구들 중에는 나이를 먹으니 이런 곳은 발길이 잘 안 닿아지더라는 친구들도 있는데..
난 해마다, 이 곳을 찾을 때마다, 이 곳이 거기 그대로 있다는 게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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