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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도토리 주워 묵 만들기

나의 식탁/한식

by meru 2022. 12. 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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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거리 시골에 친구들이 살아서 주말에 자주 놀러 가는데 

같이 숲에 산책하러 갔더니 도토리가 너무 굵고 좋아 보여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줍게 되더라는.

줍는 김에 좀 열심히 주워서 가져왔다.

프랑스에 참 널린 게 도토리인데 프랑스 사람들은 먹지 않는다.

도토리를 말려 빻아서 가루를 만들어 빵이나 과자를 만드는 데 쓰기도 하지만

아마 이걸 아는 사람이나 직접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사실 우리 집 앞에도 아주 큰 상수리나무가 있어 사방이 도토리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왕 산에서 주워온 김에 집 앞에서 더 주워왔다.

줍는 게 어렵진 않다.. 귀찮아서 그렇지.

금방 줍더라는 ㅋㅋ

 

날은 추워지고 집안 공사로 너무 어수선한데 도토리는 까야겠고 ㅋㅋㅋ

주말 저녁에 내가 도토리를 까니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달려들었고

남편까지 합세해서 따신 벽난로 앞에서 넷이서 또 도토리를 깠다.

까도 까도 끝이 없네...

 

그래도 어느새 그 지루하던 작업이 끝나서 밤새 물에 담가 두며 타닌 성분을 빼 줬다.

 떫고 쓴 맛을 줄여준다.

 

믹서기로 갈았다.

집에 좀 큰 믹서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ㅋㅋㅋ

 

망에 넣어 물로 행궈내며 거른다.

행군 것을 전분만 가라 앉도록 밤새 또 놔뒀는데 물과 전분이 분리가 잘 안되고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너무 곱게 갈면 분리가 잘 안 된다는 것 같기도.

엄마에게 전화해 물어보니소금을 물에 타서 넉넉히 부어 놓으라 하셔서 그렇게 하고 하루 더 기다렸다.

 

첫날보다는 훨씬 분리가 많이 되어 있었다.

묵을 만드는 건 인내심이 정말 많이 필요한 작업이구나.

누가 해 주는 걸 당연하게 받아먹을 때는 몰랐던 거... 이게 이렇게도 귀한 것이었다니.

 

엄마와 통화하며 엄마가 하라는 데로 묵을 끓였다.

좀 되서 물을 더 넣으니 또 질어져서 전분물을 더 넣어줬다ㅋㅋㅋ

 

그럭저럭 농도가 맞아진 것 같은 이런 느낌...

숟가락이나 주걱을 넣다 빼면 또옥- 또옥- 천천히 떨어지는 느낌이다.

(엄마의 말씀 ㅋㅋㅋ)

 

식히는 마지막 작업...

두그두그...너무 기대가 되고 🤤

 

이렇게 하나 분량만 만들고 나머지는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었다.

완전히 말려서 가루를 내는 방법도 있는데 양이 그리 많지도 않아서 엄마가 하시던 방식대로 했다.

 

금방 볶은 깨를 잔뜩 갈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곁들는데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엄마가 해주시던 맛 그대로여서 너무 놀라고 뿌듯함 ㅎㅎㅎ
이 맛을 모르는 남편도 양념장이 맛있다며 잘 먹었다.

 

내년에는 힘들어도 대량 생산해야겠지?

마당에 도토리가 아직도 수북한데 좀 아까워서 한 번 더 주워다가 만들긴 했는데 양이 많지 않다.

내년에는 다 주워 모아다가 많이 만들어서 동네방네 한국 친구들과 많이 많이 나눠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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