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프랑스 9월_아이들과의 일상

프랑스에서 살아가기

by meru 2021. 9. 30. 23:34

본문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갖고 싶은 9월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매일 뭔가 시간에 쫓기거나 그렇지 않으면 피곤하거나.

늘 그래 왔듯 나는 핑계가 정말 많은 사람이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만

난 여전히 육체적 정신적으로 육아의 구렁텅이에서 허덕이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아이들이 집에 와서 밥을 먹는다.

시청에서 연락이 오길 학교 급식 자리가 조금 모자라서라는데 

내가 일을 하지 않는 엄마라서 우선순위에서 제외라는 것이다. 

 

학교가 아무리 가깝다지만 하루 왕복 세 번이고,

둘째는 밥을 먹이는 것도 힘들고..아침에 학교 갈 때 거의 매일 우는데

점심 먹고 학교 갈 때도 반복이어서 혼을 빼놓는다.

 

혼자 잘 큰다고 생각했던 둘째의 반란이 만 4세가 되면서 시작된 거다.
고집도 세 지고 짜증도 많아지고 혼자서도 잘 놀던 아이가 점점 혼자 놀지 않으려 하고.

요즘은 정말 둘째 때문에 많이 지치는데다 큰 아이와 둘째의 다툼도 잦아졌다.

 

그러고 보니 첫째도 만 4세 때 진짜 힘들었었다...

지금까지 중 제일 힘들었던 나이였던 듯.

 

그때 둘 째도 태어나고 두바이로 이사를 해서 언어적 환경도 바뀌어서  그럴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둘째를 보니 이게 어쩌면 자연스럽게 크는 과정이었나 싶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는 이 과정이 엄마한테는 이렇게 고문이라니.

어렵다 생각하지 말고 힘들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는데 잘 안 된다.

 

몸도 힘들었던 9월이었다.

바캉스 가기 전에 이삿짐을 풀 때 무리를 했는지 그 후로 테니스 엘보라는 병이 생겼다.

휴식을 하는 게 최고라고 해서 노력했지만 이 팔이라 게 안 쓸 수가 없는 거지.

그 팔을 해가지고 (바캉스 다녀와서) 이삿짐을 정리하고 또 하고...

결국 목과 어깨까지 삐끗했는데 그게 또 한 달을 가서 힘들었던 9월이었다.

 

평소 저질체력이라 자주 피곤하긴 하고 위장이 좀 약한 편이긴 하지만

뼈도 단단하고 몸이 유연한 편이어서 나름 튼튼하다고 생각했던 내 몸에게 배신당한 기분.

물론 큰 병은 아니라지만 거의 완치가 불가능하단 소리를 많이 들어서 좀 서글프기도 하고.

 

운동을 좋아하게 된 지가 얼마 안 됐는데 작년부터 무릎도 아프고 ㅠㅠ

이제는 팔에 어깨에 손목까지...

 

원래 요리사들이나 정육사들에게 이런 병이 자주 와서 수술도 많이 하는데

사실 요리를 (일을) 관둔 지가 너무 오래돼서 정말 의외고. 

이게 지금 올 줄... 누가 알았겠어.

 

생각해보니 내가 40대였다.

30대도 좋았고 나이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40대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위기를 느낀다. 

외적인 건강상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나의 내면의 많은 문제들....??

 

이사의 후유증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내가 프랑스에서 운전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근교에 정착했다는 것.

 

시내와는 달리 장을 보려면 최소 도보 15분-20분 거리.

방학 동안의 이야기지만 사실 아이들과 장 보러 가는 것 자체가 싫었는데 

장 보면서 정신을 쏙 빼놓는 아이들이 오면서는 또 징징대서 진을 빼놓았다.

 

남편은 일이 너무 바쁘니 장 보라고 시킬 수도 없고

인터넷으로 시켜보니 과일이나 채소는 제대로 익지도 않은 것들이 와서 불만족.

그래 그냥 이게 다 내 ㅈㄹ 맞은 성격 탓이려니....

 

여하튼 프랑스에 살 때 거의 시내에 살아서 몰랐던 불편함 들을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차가 없어서.

 

툴르즈 시내에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오래 걸리고 애들하고 사실 잘 나가지 않는다.

우리동네 시내는 멀진 않은데 버스가 거의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는 것 같다.

우버도 그리 많지도 않은지 툭하면 기다려야 하거나 취소되고...

그래도 우버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두바이 면허를 한국 면허로 바꿨는데, 그 면허를 다시 프랑스 면허로 바꾸는 건 어려울 것 같고

그걸 바꾼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일단 면허를 다시 따기로 하고

일단 전기 자전거를 구입했다.

 

처음에는 면허 따면 당장 차부터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골도 아닌데 장 보고 가끔 볼 일 보려고 차를 두 대 보유하는 것도 좀 과한 것 같고

환경을 생각해서 자전거를 타 보는 게 어떻겠냐는 남편의 권유였다.

 

자전거에 실을 수 있는 양은 한계가 많아서 한 번에 많은 양을 사기는 힘들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고 편리하고 전기자전거라 힘들지 않다 ㅎㅎㅎ  

생각보다 대만족이다.

 

아이들과 두바이랑 카이로 살 때 못했던 것들을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이들과 자전거 타기.

 

처음으로 넷이서 함께하는 주말 자전거 산책은 역시나 참 좋았다.

점점 넷이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서 가슴 뭉클.

 

몇 주 전엔 주말 아침에 빵 사러 나갔던 남편과 딸이 어디서 서커스 전단지를 들고 와서 

급하게 서커스를 보러 가기도 했다. 

 

이런 것들도 이집트에서는 못했던 사소한 것들 중 하나인데

어른들에겐 그다지 놀랍지 않은 서커스였지만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해서 또 뭉클.

난이도가 더 높은 서커스들은 보통 9-10세부터 입장 가능이라 우리 아이들에겐 이게 딱!

 

비를 싫어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비를 너무 좋아한다.

학교 안 간다고 때를 쓰는 둘째를 비 오니 우산 받고 가자고 꼬셔서 겨우 집을 나섰다.

 

근데 우산 받고 너무 느리게 걸어서 난 또 머리를 써야 했다.

난 우산이 날아간다면 우산 들고뛰고, 둘째는 그 우산을 잡겠다고 깔깔대며 신나게 뛰어오고

겨우 학교에 늦지 않고 도착했다.

 

온갖 생쇼를 하며 학교에 보내고 있는 나날들.

엄마란 정말 못 하는 게 없어야 하는가 보다.

코미디도 잘해야 한다ㅋㅋㅋ

 

주말마다 집 정리에 바쁘지만 짬을 내서 산책도 하고. 

 

난생 생애 처음으로 벼룩시장에 참여했다.

이사 오면서 많이 주고 버리고 팔았는데도 프랑스의 (현실) 집 크기에 비해 물건이 너무 많았다.

 

인터넷으로 파는 것은 귀찮고

버리자니 아깝고... 필요한 사람들이 유용하게 쓰면 좋을 것 같았다.

정50성팀, 1유로..정말 비싸봐야 3-5유로에 팔아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컸지만

재활용 차원에서 남편도 나도 흐뭇했다.

 

다 팔진 못했지만 남편은 꽤 만족스러워했다.

정리가 덜 된 집이나마 정원에서 장미꽃도 꺾어다 화병에 꽃아 보고...

이런 것도 나의 로망이었지.

 

우리는 9월 내내 무화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냥 먹고 이웃도 주고 타르트와 샐러드도 만들어 먹고도 잼을 한 서너 병 만들었는데

이제 나무에도 익어가고 있는 무화과도 몇 개 안 남았다. 

 

어느 날은 집안일도 육아도 다 집어 치고 ..커피 마시며 백년만에 요리책도 보고.

그러다 결국 빨래 정리하고 다림질로 마무리했지만 ㅋㅋㅋ

 

남편의 출장으로 독박 육아하다 혼술도 했다...

삼일 연속으로...!!!

 

그래 봤자 맥주 한 병인데

 맥주는 도수가 높아서 빈 속에 한 병이면 뿅.

 

지난 주말에는

우연히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시장을 발견했는데 

호박잎을 팔길래 당장 사다가 호박잎 국을 끓였다.

 

아이들은 이 초록잎이 뭐냐며 안 먹겠다고 울상을 지었는데

이게 또 내 입에는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비주얼과는 다르게)

 

ㅎㅈ하던 국이나 찌개를 언젠가부터는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게 됐다.

프랑스 사람하고 오래 살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인지 더운 나라에 살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이 국을 아마 두 그릇 먹고도 성에 안 차서 세 그릇 먹으려다 배불러서 참았다.

 

산해진미를 이길 수 있는 음식은 역시 추억의 음식이고 엄마의 음식이다.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아마 요즘 세대는 이 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당장 우리 세대에도 안 먹어 본 사람들이 있을 것 같고.

 

호박잎을 쪄서 된장에 싸 먹어도 맛있고 국을 끓여 먹어도 맛있지.

이 밍밍한 호박잎이 정말 맛이 없을 것 같은데... 이 소박한 맛은 아는 사람만 알 것 같은.

이 국을 먹으니까 엄마가 무척 그리웠다...또르르 ㅠㅠ

 

 

여하튼 9월의 일상 포스팅이 그냥 프랑스에 사는 아줌마의 넋두리가 되었으니..

마지막은 아이들 사진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그래도 예쁘다.

더 크면 아마 지금이 또 그립겠지.

힘을 내자... 는 결론ㅋㅋㅋ

 

 

반응형

'프랑스에서 살아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시작  (38) 2013.01.05
주말에 남푠님과 파스타 밀어 먹기^^  (26) 2011.12.09
불량주부!_주말엔 남편님 부려먹기^^;;;  (10) 2011.10.09
두번째 가구페인팅^^  (10) 2011.09.26
엄마를 부탁해  (4) 2009.10.30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