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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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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에서 3주, 한국에서 4주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돌아올때면 나는 늘 '집이 최고다'란 생각을 했엇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너무 짧았던 한국행...

이제 다 늙어버린 부모님과 내 분신과도 같은 오빠 언니들을 보니

한국에 도착하자마자부터 가슴이 먹먹하고 심장이 찢어질 듯한 아픔을 느꼈다.

다시 떠나올 생각에 힘들었다.


가족들을 두고 해외에서 살겠단 마음을 먹었던 내가 

얼마나 독한 사람이었는지 이제는 좀 알겠다.


나의 행복을 빌어주면서도 그들의 마음은 때때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돌아온 후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좋은 것을 대해도

가족들 생각에 자꾸만 공허해지는 이 마음을 어찌할지 먹먹하다.

갑자기 늙어버린 엄마 아빠 모습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그렁그렁.


부모님이 60대였을때는 '인생은 60부터' 아니겠냐며...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게 절대 아니란 걸 알겠다.

시간을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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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무얼했느냐 하면 뭐 특별한 일은 별로 없었다.

그저 가족들과 소소하게 밥먹고 노닥거리는 게 어쩌면 전부인 일종의 마음의 휴식이었다.

홀로 지루했던 임신기간을 보냈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가족들이 많이 그리웠고...

그런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가족들은 너무 잘 아는지...

내(우리) 옆에 늘 있어 주었고

그냥 옆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내 마음은 치유가 되었다.

 

우는 아이를 내가 엉덩이를 뗄 새도 없이 안아 달래고

밥 먹다가도 나 수저 놓을 새도 없게 얼른 달려가 아이를 안아 올리던 가족들.

내 딸 편히 밥 먹으라고...내 동생 한 술이라도 더 먹으라고...그런 가족의 마음...


어차피 엄마란 존재는 어딜가도 몸이 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런 가족들의 마음이 한없이 고맙고 마음이 많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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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자라는 아이, 마농이는 그야말로 폭풍성장 중이다.

6개월째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모든 것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호기심이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만지고 입에 넣고 빨고 해도 금새 실증을 내곤 했었는데

이제는 관심대상이 늘었을 뿐 아니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향을 보인다.


배밀이도 단순 배밀이라고 하기엔 너무 빨리 움직여서 온방을 다 쓸고 다닌다.

이제 좀있으면 앉고 길 태세.


여자아이들이 조금 빠르다던데 그래서인가. 

눈망울도 너무 초롱초롱하고 힘도 세고...많이 빠른편이라고들 한다.


아무튼 매일매일이 신기하다.

아이가 이렇게 쑥쑥 커가는 존재라는 게.


다시 돌아올 수 없은 오늘 하루...아이와 보내는 이 순간들을...

내 눈에 그리고 내 마음에 매일 매일 새겨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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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일터로 돌아간다.

원래는 10월의 시작과 함께 시작해야 하는 거였는데 조금 늦춰지게 되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데...

우리 쉐프+사장의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임신했다고 했을 때 육아휴직 끝나면 다른 편한데를 찾아보라고...

가스트로노미 레스토랑은 애엄마가 일 하기엔 너무 힘들거라더니

공식적인 육아휴직이 거의 끝나갈무렵 전화가 왔다.

다시 와서 일 할 생각이 있느냐고.


어쩐지 일을 관둘 무렵즈음에 엄청 잘해주더라니--;;;

예상을 아예 못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미 난 어느정도 마음을 정리한 상태였고,

특히 아이를 낳고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기에 다시 갈 생각이 없었다.


그...그런데 파격적으로다가...

이젠 아이가 있으니 저녁서비스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시간조절을 해주겠다고..똬..하...

거기서 노!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바닥에서...

그래도 식재료 나름 좋은 거 쓰고 배울것도 많고 고깝지만 미슐랭 스타도 하나 달린 레스토랑에서 

나같은 애딸리고 경력도 짧은 아줌마에게 그런 파격적이 조건을 내 줄 일이 없다고 봐야 하니까.

플러스..토요일과 일요일에 문 닫는 레스토랑이 몇개나 되냐며--;;;

월급 더 주는데는 찾을 수 있어도 이런 조건을 못 찾을 듯.


뭐 물론...전처럼 내 위치나 임무가 확실하지 않고,

직급이 올라가는 건 아마도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이런 조건에 내 영혼을 팔았--;;;;

내가 저녁에 일을 할 경우 남편과 아이의 처지를 생각하니 거절할 수 없었다.

우리가족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며.

내 욕심만 생각할 순 없으니까.


물론 이렇게 구두로 한 약속이 얼마나 잘 지켜질지 모르겠고. 

사람 귀한줄 모르고 자꾸 애들 갈아치우는 쉐프도 맘에 쫌 안드는 것도 있고. 

한마디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그런 사람인 것 같아서 좀 찜찜하기도 하다만.

뭐 그래도 일단 해보고 이게 아니다 싶음 다시 바이바이 하는 거고...


그냥 늘 하던데로...

일은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거란 걸 늘 마음에 새기고.

전에 하던데로 열심히 일하면 되겠지.


이제 사소한 것에는 목숨걸지 않는다.

세상에는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묵묵히 내 목표를 위해 전진하되 안 되면 다른 길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단순하게 사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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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구구절절.


그동안 블로그를 못 한 이유는 물론 한국에서 넋놓고 지내서이기도 하고....

아이때문에 짬이 별로 없는 것도 있지만...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것도 있다.


잠시 블로그를 그만둘까도 고민을 해 봤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은데...


어차피 일터로 돌아가면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전처럼 레시피를 올리는 것도 아니라서 도움이 되는 블로그도 아닌 것 같고.

시시콜콜 나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는 거의 나 혼자 수다떠는 수다방? 이 된 듯 해서...좀 허무하기도 하다.


레시피 척척 올리는 요리블로그도 아니고

육아에 관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육아블로그도 아니며...

살림 잘하는 노하우를 나누는 꼼꼼한 살림꾼 블로그라고도 절대 할 수 없는...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한마디로 발전이 없는 것 같달까.


물론 블로그를 시작했을때나 지금이나 무슨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있은 건 아니다.

내 이야기를 기록하고 조금이나마 소통하는 재밌로 해온거지.


이렇게 무언가를 꾸준히 했다는 것도 어찌보면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 점만은 진심으로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어쩌면 지금 내 마음이 조금 무거워서 모든게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겠다.

마음속에 계속 떠오르는 건...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의 얼굴이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더 많이 보고 더 잘 할 수 있을까.

요즘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다.


일하고 바빠지면 좀 괜찮아지겠지.

그래도 마농이가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 힘이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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