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투명한 미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방향은 잡혔다.
근심이 덜긴 커녕 늘었지만...그래도 꿈과 목표가 있다는 게 어디란 말인가.
게다가 서른둘에 어렵게 꾸는 꿈이다.
어쨋든 2013년 1월부터 약 6개월간, 짧지만 파리지앵이 된다^^
파리지앵이라니깐 거창하지만 한마디로 촌년 상경하는 거임.
암튼 문제는 6개월이 지나고 난 후인거지--;;;;
#2
언니가 셋째를 임신했는데 고초가 많았다.
만삭이 될때까지 아기가 거꾸로 자리잡은 상태였고,
전치태반이어서 맘고생과 몸고생을 많이 했다.
엊그제는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했는데,
오늘 아이가 잘 태어났다고 연락이 왔다.
(물론 자연주의자인 그녀가 그토록 고집하는 자연분만은 포기해야만 했지만)
가슴이 울렁거린다.
혼자 창문열고 세상에 외치고 싶을만큼 설레고 기쁘다-
나에게 다섯번째 조카고...
내 생에 다섯번째 일어난 기적이다^^
#3
프랑스는 어김없이 여름세일로 술렁이고 있다.
그런데, 뭘 사고 나르고 하는게 짐스럽고 부담스럽다.
J님이 자기 차 바꾼 기념으로 (라기 보단 나에게 미안해서),
명품가방 하나 쏜다고 했는데...다 부질없다.
몸에 비싸고 예쁜 거 걸치고 두르고 하는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뒤늦게 철드는 걸까, 아니면 회의적으로 변하는 걸까.
요즘은 저녁차리려고 장 봐오는 것도 힘든걸 보니,
철이 들었다기 보단 다소 회의적이거나, 심하게 게으른거지 싶다.
#4
한국에 다녀온 후로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는 공상을 많이한다.
혼자는 아니고..J님이랑 배낭 하나씩 나눠메고 손잡고서 말이다.
원래 우리 꿈은 성공해서 잘 살고, 아이나서 잘 키우고 이런 게 아니었다.
아이 낳기 전에 1년정도 둘이서 세계일주하기..그게 꿈이었던 현실에 무감각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J님의 그런 소박한? 꿈을 난 열렬히 지지하고 사랑했다.
그런데 막상 살다보니, 그냥 현실에 안주하게 되더라.
1년 여행갔다오면..(여행할 땐 좋겠지만)..그 후가 좀 막막하잖아?
멀쩡한 직장 때려치고, 가진 것을 내려놓고 떠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지.
알고보니 그 소박한 꿈은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겐 되게 과분한 것이었다.
#5
대신 우리에겐 또 다른 꿈이 생겼는데...
이건 그나마 현실 가능성이 커서 다행이다.
(원래도 둘이서 이런 의논은 많이 했는데, 진지하게 결심했다)
우선, 몇 년 후 다시 남부로 이사를 가는 것.
그리고 좀 한적한 곳에 땅을 사서 생태학적인,친환경적인 집을 짓고 사는 것.
아이가 생기면 변두리나 시골에서 살 가능성이 크고, 어차피 집은 사야하고.
그 비용으로 우리는 친환경 집을 짓기로 했다.
아직은 먼~~~ 일이지만 벌써 아는 친구넘까지 다 섭외해놓은 상태ㅋㅋㅋ
건축물 엔지니어인 친구는 앞으로 건축설계+디자인으로 전업하는 게 희망인데,
우리집이 그넘의 건축물 실험 1호가 될 것 같다.
혼자서 파리에 있는 자기 아파트 혼자 개조 + 인테리어 한 거 봤는데 상당히 놀랬었다.
굉장히 감각있고 능력있는데..거기다 막노동까지 잘 하잖아-!
믿어도 괜찮을 거란 예감이 든다.
그동안 우리도 공부를 많이 해두어야지.
그깟 모험과 일탈을 해야만 멋진 인생인가,
소박한 꿈을 꾸며 안주하는 삶도 멋지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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