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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거야!_순천만 갈대밭

Travel

by meru 2008. 10. 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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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람의 계획이 (그리고 심지어 인생 전체도) 아주 단순하고 어설픈 행복의 이미지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 감동적이면서도 진부한 예였다. 또 가계에 파탄을 일으킬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긴 여행이 열대의 바람에 살짝 기울어진 야자나무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기도 했다.

나는 바베이도스 섬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
알렝 드 보통 "여행의 기술" 中 -


한 겨울에, 고작 팜플렛 표지에 나온 야자수가 드리워진 해변의 사진들을 보고 바베이도스 섬으로 떠났던 알렝 드 보통처럼, 무기력하던 어느날 아침 나는 네이버 메인에 뜬 순천만에 관한 기사를 무의식적으로 클릭하게 된다. 프로 사진작가 혹은 기자들이 찍었을법한 기막힌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떠나야만 하겠노라"고 다짐했고, 그렇게 나의 즉흥적인 (남들은 청승맞다고 할...) 가을 여행이 시작됐다.

전주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 다시, 역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약 25분 가량 가니 갈대가 그야말로 흐드러진, 국내 최대 규모의 연안습지 순천만에 이른다.
 
평일에 가면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아 조용한 여행을 기대 했는데, 왠 걸~ 생태학습이며 소풍을 나온 유치원생, 초등학생들로 붐비고 있는 게 아닌가...! 아.뿔.싸. 소풍철인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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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가면 누구랑 함께 가는 것보다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마음이 조급해지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행여나 길을 잃을까...행여나 차를 놓치지 않을까...

볼거리

아이들이 이렇게 난간에 엎드려서 뭔가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길래 나도 옆으로 살짝 다가가 보니..."앗..게다".
하긴, 어른인 내가 봐도 신기하고 좋기만 한데 애들이야 오죽할까...

칠게, 쇠백로, 짱뚱어 등은 순천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물 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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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대

조망대라고 해봤자, 무슨 언덕이려니 했더니 작은 산을 한 참을 올라가야 한다. 아무 생각없이 스커트에 달랑 단화를 신고 나온 나는 후회가 막심했지만, 그렇다고 내려갈 수 없으니 힘을 내어 조망대까지 올라갔다.

어떻게 보면, 이 풍경하나에 매료되서 여기까지 온 건데 이걸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가면 집에가서 땅을 치고 통곡할 것 같아서..ㅋㅋㅋ

흠..역시 멋지다. 해가 질 무렵에는 거의 황홀한 수준이라는데 혼자서 그걸 기다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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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

소풍날만 아니었음 한 번 타봤을 법한 탐사선.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다. 어른은 6천원-7천원 정도 하는데 시간이 꾀 긴 것 같았다. 원래 관광지와서 남들 다 하는 거는 좀 싫어라 하는데...이건 왠지 꼭 타보고 싶었다. 담엔 꼭 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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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열차라는 것 같은데 열차같이 생긴 자동차다. 어느 코스로 가는 건지는 잘 마르겠지만 가격이 어른 기준으로 1천원이니까 그냥 속는 셈치고 한 번 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것도 표가 매진되서 못 탔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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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할 거 없으면 자전거 타면 된다. 자전거는 1인용부터 4인용까지 있다. 1인용 빌려서 자전거 드라이브라도 하고 싶었지만, 치마를 입은 관계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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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철학적 문제들, 즉 실용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사고를 요구하는 쟁점들이 제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믈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알렝 드 보통 "여행의 기술" 中 -


졸립고, 발은 아프고...가을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더운지....기대와는 달리 나 역시 결국엔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만다.

조망대에서 내려와 기차역으로 가기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그런데 도무지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헛갈려 물어보려고 근처의 작은 식당을 끼웃거리던 바로 그 순간...! 헉.. 버스가 "휘리릭~" 소리소문도 없이 지나가버린다.아 슬퍼ㅠㅠ..

기다리는 동안 목이나 축여야겠다는 생각으로 함께 안타까워해주시던 식당 아주머니에게 맥주 한잔을 주문하니, 이렇게 마당에서 딴 단감을 깍아 주신다. 아....참 달다! 감도 감이지만, 아주머니의 인정이 참 달다.

사정을 모르는 동네 어른들은 지나가다가..."허헛~말세여 말세! 다큰 처자가 혼자 백주 대낮에 맥주를 마시고 있네 그려"...라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듯 하였으나 (괜히 혼자 찔려함^^), 하루 종일 가을 볕 아래서 돌아다니다가 마시는 시원한 맥주의 맛은 정말이지 죽.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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