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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맛으로 담은 김치

나의 식탁/한식

by meru 2009. 11. 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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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맛에 대한 기억...

어려서부터 요리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13살인가부터 온갖 야식을 만들어서 나 보다 다섯살과 세살 많은 언니들을 먹이곤 했다.
중간,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친구들을 불러 밥을 해 먹이곤 했다.

그 때부터 손 맛이 있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하다못해 커피전문점에서 알바를 할 때도, 사장님이든 단골손님이든 내가 탄 커피가 더 맛있다고 했다.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면서 부터는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아서 그 손 맛이 다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내 나이 내 또래즈음 되면 다들 요리 박사가 되기 때문인지...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요리에 타고 난 소질이 (애시당초) 없었다는 걸 슬슬 깨닫고 있다.

요리라는 게 레시피대로만 해도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정성이 들어가면 맛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말 하는 "손 맛"이란 게 정성사랑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남은 손 맛 김치

요즘은 아마 맨손으로 김치를 담그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위생상으로도 그렇고 손에 김칫물이 배면 참으로 곤란하니까.
그러나 21세기에도 손으로 김치를 담는 여인내가 있었으니......바로....나..!

어딘가 분명 팔긴 할텐데 슈퍼에 갈 때마다 번번히 못 찾아서..결국 구하지 못한 위생장갑.
어쩔 수 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김치 담그기에 돌입~!
아...무서 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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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배추 2 포기, 무 1/2, 실파 1/2단, 양파 1개, 바늘 5쪽, 고춧가루 2 작은컵, 설탕 2 티스픈, 쌀풀 약 2컵, 멸치 다시마 육수 2컵, 굵은 소금 1 1/2 작은 컵 \
->냄새를 줄이기 위해 김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마늘의 분량을 과감히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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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시장에서 배추를 사왔다. 첫번째 김치는 딱 한 포기 담았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두 포기!!!
여기서는 배추를 파란 잎을 다 때어내고 다듬어서 판다. 파란잎도 익혔다가 찌개해먹으면 맛있는데...
그래도 신선한 배추를 구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얼마나 다행인지~

1. 배추 절이기: 소금 한 컵을 물에 타서 배추를 거꾸로 세우고 뿌리고, 남은 소금을 배추 잎 사이사이에 골고루 뿌리고 배추를 뒤집어 가며 7시간 정도 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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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료 다듬기: 마늘은 다지고, 무와 양파는 채썰고, 실파도 적당한 길이로 자른다.
3.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밥 1/2공기를 물을 많이 넣고 푹 끓여서 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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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춧가루에 육수와 밥풀을 넣고 잘 섞는다. (된 경우에는 육수나 밥풀을 더 넣어서 조절)
5. 4에 2의 다듬은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 (젓갈이 없어서 태국 피쉬소스를 2스픈 넣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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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절여진 배추를 잘 행궈서 물기를 뺀다.
6. 속양념으로 골고루 버무리고 남은 양념은 배춧잎 사이사이에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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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성된 나의 두 번째 김치!
양념이 넉넉해서 골고루 발라 줬더니 완전 빨개졌다.
가장 중요한 고춧가루가 별로여서 아쉬웠지만 해외에서 담은 것 치고는 괜찮았다.

왠만하면 한국에서 아무것도 안 받으려고 했는데...고춧가루는 엄마에게 공수받아야 할 듯하다--;;;
아..그리고 계속 양념분량을 조절해서 더 괜찮은 레시피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서너번쯤 더 만들면 괜찮은 김치 레시피가 나올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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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까지 주기에는 아직 부족한 솜씨지만...나눠먹어야 더 맛있는 김치!
1/4쪽씩 담아서 하나는 옆 집 필리핀 친구를 주고, 다른 하나는 같은반 일본친구에게 줬다.

일본친구는 "아...완전 오리지날 김치 맛"라며 넘 좋아했고,
필리핀 친구도 "김치가 이렇게 맛있는 건 줄 몰랐다"고 했다.

예의상 맨트겠지만 난 또 이런 맨트에도 잘 넘어가기에, 다음번엔 더 많이 담아서 넉넉이 노나줄 생각이다.
앗..우리반 홍콩아줌마까지 챙기려면 한 다섯포기 담아야 할 듯 --;;;;;;;;;;

그래도 나눠 먹는 건 정말 큰 기쁨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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